[기자수첩]최저가에 갇힌 대형마트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2.08.29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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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증권부정인지 증권부


유통업계에 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먼저 치고 나간 곳은 이마트다. 이마트는 지난달 우유, 휴지 등 40대 품목 46개 상품을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24일에는 홈플러스가 매주 50개 핵심상품을 선정해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생필품 500여 품목에 대해 매주 목요일 실시간으로 가격 수준을 평가해 매가를 조정한다.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겠다는 게 업계의 명분이다. 하지만 수 많은 인터넷의 할인 플랫폼에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최저가 장담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마트 전단지 두세장을 비교해 보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핫딜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햇반 개당 가격, 콜라 한캔 당 가격까지 세세하게 공유된다. 소비자들은 플랫폼 별로 발행하는 쿠폰, 2+1 행사 적용 가격 등 숨겨진 혜택을 적용해 최저가를 산출하는 반면 유통사들은 인터넷상에 표면적으로 적혀있는 가격만 본다. 당연히 최저가 전략은 할인 카페에서 화제조차 되지 못했다.



반면 최저가 경쟁에 끌려 들어가지 않고도 성장을 이어가는 유통사들이 있다. 코스트코코리아와 오아시스마켓이다. 코스트코는 국내 매장이 17곳 뿐이지만 지난해(2020년9월~2021년 8월) 매출은 전년 대비 18% 성장한 5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오아시스마켓도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2024억원을 달성했다. 두 곳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목적은 명확하다. 코스트코는 대량이지만 저렴하고 품질이 좋다는 점, 오아시스마켓은 유기농 제철 먹거리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꼭 '이 마트'나 '홈플러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강점이 있다면 소비자들은 한두푼에 구매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형 마트도 분명 고유의 강점이 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기획력이다. 피코크 등 PB 브랜드를 통한 인기 제품이나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없는 주류 상품 등을 제시하는 게 한 예다. 이처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선택은 '출혈 경쟁으로의 회귀'였다. 손가락 조작 몇 번으로 최저가 검색에 즉시 배송까지 가능한 시대에 '반짝 할인'으로는 소비자들을 붙잡을 수도 없거니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정부의 물가 잡기를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형마트는 싼 게 최고'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힐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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