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지 증권부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소비자 혜택을 높이겠다는 게 업계의 명분이다. 하지만 수 많은 인터넷의 할인 플랫폼에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최저가 장담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린다. 더 이상 소비자들은 마트 전단지 두세장을 비교해 보고 물건을 사지 않는다. 핫딜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햇반 개당 가격, 콜라 한캔 당 가격까지 세세하게 공유된다. 소비자들은 플랫폼 별로 발행하는 쿠폰, 2+1 행사 적용 가격 등 숨겨진 혜택을 적용해 최저가를 산출하는 반면 유통사들은 인터넷상에 표면적으로 적혀있는 가격만 본다. 당연히 최저가 전략은 할인 카페에서 화제조차 되지 못했다.
대형 마트도 분명 고유의 강점이 있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대중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기획력이다. 피코크 등 PB 브랜드를 통한 인기 제품이나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없는 주류 상품 등을 제시하는 게 한 예다. 이처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형마트의 선택은 '출혈 경쟁으로의 회귀'였다. 손가락 조작 몇 번으로 최저가 검색에 즉시 배송까지 가능한 시대에 '반짝 할인'으로는 소비자들을 붙잡을 수도 없거니와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정부의 물가 잡기를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형마트는 싼 게 최고'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힐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