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PEF(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최근 M&A(인수·합병)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역대급 규모의 M&A가 이뤄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M&A 시장은 지지부진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돈맥경화'에다가 주가 하락으로 수익성도 낮아져서다.
최근 1조원 규모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이천 산업가스 시설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서 브룩필드로 변경됐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교체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LX그룹은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마감 기한 내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원매자가 이탈하면서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M&A 계약들이 삐걱거리는 것은 올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높아지고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조건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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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수금융 이자율이 낮고 유동성이 풍부해 매입하는 쪽에서 인수금융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올해 금리인상으로 인수금융 이자가 비싸진 반면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수익률은 낮아지고 리스크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2.25%에서 2.5%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수금융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연 3~4% 수준이었던 인수금융 금리는 최근 연 7% 이상으로 올랐다.
여기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간극도 벌어지고 있다.
한온시스템 (5,220원 ▲70 +1.36%)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1년이 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분기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 50.50%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지분 19.49%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매각가는 6조~7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이후 계속해서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매각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한온시스템의 종가는 1만300원으로 지난해 최고가인 1만8850원(2021년 2월3일 종가) 대비 45.36% 하락했다.
이외에 에스엠 (85,200원 ▼1,200 -1.39%)엔터테인먼트 등의 M&A도 협상 난항 등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또 다른 PEF 대표는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대체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상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M&A 시장에도 훈풍이 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