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매물도 안 팔려…'역대급' 작년과 다른 M&A 시장 분위기, 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김평화 기자 2022.08.2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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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 여파로 자금조달 어려워

'핫' 매물도 안 팔려…'역대급' 작년과 다른 M&A 시장 분위기, 왜?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소위 '핫'하다는 매물들도 안 팔립니다. 딜클로징(거래완료)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섣불리 매각을 진행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려고 합니다."

한 PEF(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최근 M&A(인수·합병) 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역대급 규모의 M&A가 이뤄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M&A 시장은 지지부진하다. 금리 인상에 따른 '돈맥경화'에다가 주가 하락으로 수익성도 낮아져서다.



28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M&A 시장에 나온 매물이 1년 가까이 팔리지 않거나 계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1조원 규모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이천 산업가스 시설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가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에서 브룩필드로 변경됐다. 우선협상대상자가 교체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KKR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에 가격 조정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X그룹은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마감 기한 내에 인수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한 원매자가 이탈하면서 매그나칩반도체 인수전도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M&A 계약들이 삐걱거리는 것은 올해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해 시장금리가 높아지고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의 조건도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수금융 이자율이 낮고 유동성이 풍부해 매입하는 쪽에서 인수금융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올해 금리인상으로 인수금융 이자가 비싸진 반면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수익률은 낮아지고 리스크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2.25%에서 2.5%로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수금융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연 3~4% 수준이었던 인수금융 금리는 최근 연 7% 이상으로 올랐다.

여기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의 간극도 벌어지고 있다.

한온시스템 (5,220원 ▲70 +1.36%)은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1년이 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분기 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지분 50.50%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보유한 지분 19.49%를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매각가는 6조~7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이후 계속해서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매각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한온시스템의 종가는 1만300원으로 지난해 최고가인 1만8850원(2021년 2월3일 종가) 대비 45.36% 하락했다.

이외에 에스엠 (85,200원 ▼1,200 -1.39%)엔터테인먼트 등의 M&A도 협상 난항 등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또 다른 PEF 대표는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서는 대체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금리인상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M&A 시장에도 훈풍이 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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