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원 졸겐스마 제치고 '37억원' 초고가 치료제 등장… 대체 무슨약?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2.08.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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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원 졸겐스마 제치고 '37억원' 초고가 치료제 등장… 대체 무슨약?


1회 투여에 약 37억원이 필요한 초고가 신약이 등장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블루버드바이오가 개발한 '진테글로(Zynteglo)'다. 기존 가장 비싼 치료제였던 졸겐스마(약 20억원)보다 17억원이나 비싸다. 유전성 혈액장애 치료제로 단 한 번 투여로 환자는 정기적 수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테글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세 번째 유전자 치료제다. 오는 2027년까지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4.5조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블루버드바이오의 진테글로를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로 승인했다.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은 베타 글로빈 유전자 돌연변이로 헤모글로빈이 줄거나 없어지는 희귀질환이다. 평생 수혈을 통해 헤모글로빈 수치를 유지해야 하므로 환자 삶의 질 저하가 크다. 미국에서 해당 질환을 앓는 환자는 약 1500명으로 추정된다.



진테글로는 성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2건의 임상 시험에서 효능을 입증했다. 진테글로를 투약한 41명 환자 중에서 89%가 최소 12개월 동안 수혈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인 '수혈 독립'을 달성했다. 진테글로는 단 한 번의 투약으로 효과를 내는 '원샷' 치료제다.

FDA의 진테글로 승인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의미가 크다. 우선 FDA가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빈혈 치료제를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희귀 안질환 치료제 '럭스터나'와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에 이어 세 번째로 승인받은 유전자 치료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진테글로의 1회 투약 비용은 280만 달러다. 한화로 약 37억원이다. 기존의 가장 비싼 약이었던 졸겐스마를 뛰어넘는 가격이다. 졸겐스마 1회 투여 비용은 미국 기준으로 210만 달러(약 28억원)다. 우리나라에서의 보험 약가는 이보다 조금 더 싼 20억원에 결정됐다.

비싼 약값은 진테글로가 극복해야 할 단점이다.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테글로는 지난 2019년 유럽에서 허가받았지만 이후 시장에서 철수했다. 비싼 가격으로 가격 합의에 실패한 게 원인이었다.
20억원 졸겐스마 제치고 '37억원' 초고가 치료제 등장… 대체 무슨약?
진테글로 등장으로 유전자 치료제 시장이 재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억 달러(약 2.6조원)다.

박봉현 한국바이오협회 책임 연구원은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44.6% 증가하고, 오는 2027년 184억 달러(약 24.5조원)로 성장해 전체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인 417억 달러에서 44%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렌티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진테글로는 FDA가 승인한 최초의 렌티바이러스 벡터 치료제다. 바이러스 벡터 기술은 변형한 바이러스를 약물 전달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특정 유전자를 싣고, 이 바이러스를 환자에 투입해 세포까지 도달하게 한다.

바이러스 벡터 유전자 치료제는 대부분 AAV(Adeno-associated Virus)로 개발된다. 렌티바이러스 벡터 기전의 비중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 진테글로 등장으로 렌티바이러스 벡터 기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에서는 차바이오텍 (16,510원 ▼390 -2.31%)이 관련돼 있다. 차바이오텍 자회사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최근 미국에서 CDMO(위탁 개발·생산) 시설을 준공했는데 이곳에서 렌티바이러스 벡터 등 유전자 치료제 핵심 원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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