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젠더경제시대 도래와 새로운 도전

머니투데이 이장재 충남대 특임교수 2022.09.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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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이장재 충남대 특임교수(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명예연구위원)

[기고]젠더경제시대 도래와 새로운 도전


2008년 스탠포드 대학 출판부는 인류역사상 매우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한 권의 책을 발간한다.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의 젠더혁신'이 그것이다.

저술을 주도한 스탠포드 대학의 클레이먼 젠더연구소 소장인 론다 쉬빙거는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내가 말하려는 젠더혁신이란 개인, 문화, 그리고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젠더 편견을 제거하려는 노력을 통해 성취한 내용의 변화를 가리키며, 이 책의 목적은 이런 변화를 분석하는 것이다."



1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젠더혁신'이라는 용어는 그 중요성과 비교할 때, 사회적으로 물론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도 아직 확실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젠더혁신의 목표가 과학기술 연구와 제품 개발에서 편향되지 않는 성(sex) 및 젠더(gender) 분석 접근방법을 통해 연구의 우수성 및 제품 개발과 치료 기술의 발전에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류 삶의 질과 편의를 개선하고자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역설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젠더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은 더딘 걸음이지만 꾸준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 사례로는 심장마비와 약물 치료에서 남녀 반응의 차이가 인정되었을 때 이뤄졌던 심혈관 연구 발전 등을 들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종합비타민 '센터룸' 사례는 남성과 여성용 비타민의 구분을 통해 시장을 혁신적으로 확장한 경우이다.

젠더 분석을 활용한 창의적 접근방법의 개발과 함께 20개의 젠더혁신 연구사례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개발된 바 있다. 스탠포드 대학, 미국 과학재단(NSF), 그리고 유럽 위원회(EC)는 공동으로 젠더혁신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현재 40개의 혁신사례가 소개되고 있으며, 분야 또한 과학, 건강과 의학, 공학, 그리고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연구자들이 연구제안서와 저널 출판물에서 성별과 젠더를 고려하도록 요구하면서 과학 및 기술 연구의 새로운 국제의제로 젠더혁신은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논의 영역도 초기 의약품(의생명 등) 분야 중심에서 최근에는 도시, 모빌리티, 환경오염, 기후변화, 로봇, AI, 감염병, 데이터 분석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서는 2013년부터 국내 젠더혁신 사례연구가 시작된 이래, 2016년 여성과총 부설 젠더혁신연구센터가 개소되고 2021년에는 재단법인으로 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가 설립돼 관련 사례 및 정책개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2021년 4월에는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을 통해 성별 특성을 반영한 기술영향평가와 과학기술 통계 및 지표 업무를 수행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상당한 제도적 기반을 신속하게 갖춘 셈이다.



4차 산업혁명이 급진적으로 진행되는 작금에서 젠더혁신은 조만간 '젠더혁신경제' 시대를 여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혁명이 그랬듯이 성별과 젠더를 반영한 과학기술적 접근은 신기술 개발 및 신제품의 출현과 시장이 함께 작동하게 되는 폭발적인 경제현상을 일으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 자명하다.

대한민국은 후발국임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 시대에서 기술혁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는 위치로 성장했다. 이제 젠더 창을 통한 젠더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가 지구 상에서 최초의 경로를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과학기술적 접근에서의 새로운 전략과 생태계 조성 그리고 제도적 기반 확장과 함께 산업계, 학계, 연구계 그리고 정부가 다같이 이를 위해 힘을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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