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바이오 기술수출은 총 13조3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였다. 2020년 10조2000억원으로 첫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연이은 기록 경신이었다. 계약 건수 역시 14건에서 30건으로 증가했다.
업계는 전반적인 글로벌 바이오산업 자금 조달 침체와 대외 변수 악화를 배경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밴티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 투자도 약 38억달러에 그쳤다. 1분기 10개 기업 상장과 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된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2분기 기준, 최근 5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파이프라인 도입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세계적 확산에 국가 간 이동이 필요한 현장 실사 등이 어려워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남은 기간 추가 기술수출 성사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제한됐던 글로벌 학술행사와 투자 콘퍼런스 등이 3년 만에 대거 대면행사로 전환하면서 업체간 기술수출 관련 협상 진행히 수월해져서다. 특히 최근 수년간 기술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과에 기대가 쏠린다.
플랫폼 기술은 약물을 인체에 효율적으로 작용시키는 전달기술이다. 특정 약물 또는 적응증에 국한되지 않아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두루 적용 가능한 범용성이 특징이다.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기술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내 대표 바이오 플랫폼 보유 기업인 레고켐바이오 (45,950원 ▲2,100 +4.79%)와 알테오젠 (79,000원 ▲5,900 +8.07%)은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2020년 업계 전체 기술수출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6조6000억원(레고켐 5건, 알테오젠 1건)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역시 3조원에 달하는(레고켐 3건, 알테오젠 1건) 계약을 이끌어냈다. 모두 자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계약이었다. 올해 초 조단위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동안 누적된 계약에 적용된 기술을 활용한 임상이 본격화 되고 있는 점도 국산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내달 6일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ADC써밋'을 통해 항체약물접합(ADC) 플랫폼을 적용한 후보물질의 고형암 대상 임상 1a상 결과를 발표한다. 2015년 중국 복성제약에 처음으로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알테오젠 역시 2020년 기술수출 파트너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변경하는 플랫폼을 활용한 임상 1상을 3분기 내 마무리 한다. 내년에는 3상에 나설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우 사노피에 이전한 그랩바디-B 기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ABL301)의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 중이다.
기술수출을 추진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자금 흐름 악화에 파이프라인 선정 과정이 신중해지면서 증명된 물질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에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의 기술력 성과가 데이터로 가시화 되면 그 수요는 지금 보다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