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기세 꺾인 K-바이오, 믿을건 역시 '플랫폼'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8.2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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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누적 3조2000억원(9건) 규모 계약 체결…지난해 13조3000억원(30건) 대비 크게 감소
3년 연속 10조 돌파 달성 여부 불확실…글로벌 바이오 산업 자금 흐름 악화 등에 신중 기조 배경
재개된 글로벌 대면행사 등은 긍정적…범용성 높은 플랫폼 기업 추가 성과에 관심

기술수출 기세 꺾인 K-바이오, 믿을건 역시 '플랫폼'


최근 수년간 우상향을 지속하던 바이오업계 기술수출 실적이 올 들어 주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3분기 절반이 지났지만, 지난해 전체 계약규모의 20%를 조금 넘는 성과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악화된 글로벌 자금 흐름 탓에 기업간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기술수출도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기술수출 비수기에도 후속계약을 노리는 곳이 있다. 바이오 플랫폼 기업들이다.

2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올해 체결된 바이오 기술수출 규모는 약 3조2000억원(9건)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10조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크게 줄어든 규모다.



지난해 바이오 기술수출은 총 13조3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였다. 2020년 10조2000억원으로 첫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연이은 기록 경신이었다. 계약 건수 역시 14건에서 3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역시 출발은 순조로웠다. 1월에만 4개사(지씨셀 (37,600원 ▲200 +0.53%), 에이비엘바이오 (24,800원 0.00%), 종근당바이오 (24,150원 ▲600 +2.55%), 이수앱지스 (6,720원 ▼470 -6.54%))가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특히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와 1조3000억원에 가까운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또 한번의 기록 경신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2월 노벨티노빌리티와 3월 제넥신 등 각 1건씩의 계약만 성사된 데 이어 2분기는 코오롱생명과학 (22,050원 ▼800 -3.50%)(4월)이 유일하게 계약을 체결했다. 3분기 역시 7월 SK바이오팜 (83,500원 ▲200 +0.24%)과 8월 티움바이오 (7,280원 ▲40 +0.55%) 계약이 나오는데 그쳤다. 올 들어 1조원 이상의 글로벌 계약을 성공시킨 곳은 에이비엘바이오 뿐이다.



업계는 전반적인 글로벌 바이오산업 자금 조달 침체와 대외 변수 악화를 배경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밴티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벤처캐피탈(VC)의 바이오 투자도 약 38억달러에 그쳤다. 1분기 10개 기업 상장과 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된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2분기 기준, 최근 5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시장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도 파이프라인 도입에 신중을 기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세계적 확산에 국가 간 이동이 필요한 현장 실사 등이 어려워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다만 남은 기간 추가 기술수출 성사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제한됐던 글로벌 학술행사와 투자 콘퍼런스 등이 3년 만에 대거 대면행사로 전환하면서 업체간 기술수출 관련 협상 진행히 수월해져서다. 특히 최근 수년간 기술수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은 플랫폼 기업들의 성과에 기대가 쏠린다.

플랫폼 기술은 약물을 인체에 효율적으로 작용시키는 전달기술이다. 특정 약물 또는 적응증에 국한되지 않아 다양한 파이프라인에 두루 적용 가능한 범용성이 특징이다. 하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수의 기술수출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국내 대표 바이오 플랫폼 보유 기업인 레고켐바이오 (65,500원 ▼700 -1.06%)알테오젠 (173,700원 0.00%)은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2020년 업계 전체 기술수출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6조6000억원(레고켐 5건, 알테오젠 1건)의 성과를 냈다. 지난해 역시 3조원에 달하는(레고켐 3건, 알테오젠 1건) 계약을 이끌어냈다. 모두 자체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계약이었다. 올해 초 조단위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그동안 누적된 계약에 적용된 기술을 활용한 임상이 본격화 되고 있는 점도 국산 플랫폼 기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내달 6일 미국에서 열리는 '월드ADC써밋'을 통해 항체약물접합(ADC) 플랫폼을 적용한 후보물질의 고형암 대상 임상 1a상 결과를 발표한다. 2015년 중국 복성제약에 처음으로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알테오젠 역시 2020년 기술수출 파트너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변경하는 플랫폼을 활용한 임상 1상을 3분기 내 마무리 한다. 내년에는 3상에 나설 예정이다. 에이비엘바이오의 경우 사노피에 이전한 그랩바디-B 기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ABL301)의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목표 중이다.

기술수출을 추진 중인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자금 흐름 악화에 파이프라인 선정 과정이 신중해지면서 증명된 물질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에 관심이 커진 상황"이라며 "플랫폼 기업들의 기술력 성과가 데이터로 가시화 되면 그 수요는 지금 보다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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