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0만원'인데 동학개미 바글바글…2020 추억에 '아묻따 줍줍'?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구경민 기자, 김근희 기자, 김지성 기자 2022.08.2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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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동학개미 보고서](종합)

'-2800만원'인데 동학개미 바글바글…2020 추억에 '아묻따 줍줍'?


주가가 떨어져도 동학개미는 시장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전자 (78,800원 ▼100 -0.13%), 카카오 (47,150원 ▲250 +0.53%), NAVER (180,200원 ▲600 +0.33%) 등 대형 우량주 위주로 개미는 몰렸다. 2년 전 폭락장에서 용기를 낸 동학개미들이 큰 수익을 기록한 것처럼 지금 하락장을 기회로 여기는 개인 투자자들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국민 10명 중 1명은 삼성전자 주주
24일 머니투데이가 올해 반기보고서 상 소액주주(지분율 1% 미만) 10만명 이상 기업 99곳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 중 73곳은 전년 동기대비 소액주주가 증가했다. 지난해 6월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코스피 지수는 29.2% 하락했는데도 상장사의 약 70%는 소액주주가 오히려 늘어났다.

소액주주가 가장 많은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다. 2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592만명으로 지난해 6월보다 137만명(30.3%) 늘었다. 지난해 말 대비로도 85만명(16.9%) 증가했다. 올해 우리나라 인구(5163만명)를 기준으로 하면 국민 10명 중 1명(11.5%)은 삼성전자 주주인 셈이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소액주주가 많은 기업은 카카오다. 2020년 말 56만명에 불과했던 카카오 소액주주는 지난해 2분기 154만명, 지난해 말 192만명, 올해 2분기에는 204만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제2의 국민주인 셈이다.

NAVER 소액주주는 97만명으로 전년 대비 72.7%, 지난해 말 대비 23.9% 증가했다. SK하이닉스 소액주주는 지난해보다 120% 증가한 95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대한항공(88만명) △LG전자(66만명) △HMM(57만명) △셀트리온(50만명) △LG디스플레이(43만명) △대우건설(34만명) △한화솔루션(33만명) 등 대부분 대형주가 최근 1년 간 주가 부진 속 소액주주가 늘었다.


동학개미운동은 2020년 이후 국내 증시에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19세기 말 외세에 맞서 싸웠던 동학농민처럼 코로나19 폭락장에서 외국인 매도세에 맞서 국내 주식을 사들인 개인을 동학개미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후 반등장에서 코스피가 3000을 넘기까지 국내 증시를 이끈 원동력이기도 했다.

각 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와 부양책 등으로 증시는 다행히 빠르게 반등했다. 폭락장에서 코스피 3000까지 성공을 경험한 동학개미는 '하락장 투자=성공'이라는 공식을 체득한다. 최근 하락장에도 오히려 소액주주가 증가한 이유다.

보유주식수는 오히려 감소…"지금이 바닥 아닐수도"
올해 소액주주 증가 현상이 2020년 동학개미운동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의 경우 주가 상승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증시에 대거 몰렸던 거라면 지금은 지난해 고점에서 물린 투자자들이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저가 매수를 노리고 들어온 신규 투자자들이 더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상장사 대부분이 소액주주는 늘었지만 1인당 보유 주식수는 지난해보다 줄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액주주 1인당 보유주식수는 669주로 지난해 6월(852주)와 지난해 말(774주) 대비 모두 감소했다. 22일 종가로 추정한 1인당 보유금액은 평균 4012만원이다. 지난해 6월말 평균 보유금액 6878만원(당시 주가 8만700원 기준)보다 2866만원 줄었다. 주가 하락으로 보유 주식을 일부 손절했거나 그 만큼 손실을 봤다는 의미다.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소액주주 1인당 카카오 보유주식은 지난해 6월 175주에서 올해 6월 137주로 감소했다. 이 기간 카카오 주가는 16만3000원에서 7만5000원으로 반토막 났다. 1인당 평균 보유금액 역시 2855만원에서 현재 1027만원으로 줄었다.

SK하이닉스(1051주→497주, 이하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평균 보유주식수), 네이버(190주→117주), LG전자(430주→144주) 등 다른 상장사들도 소액주주들의 보유주식수가 줄긴 마찬가지다.

김현준 더퍼블릭자산운용 대표는 "주가가 많이 하락하면서 기존에 물린 투자자들은 시장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주식 비중을 많이 줄였을 것"이라며 "2020~2021년 시장에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오지 못했던 투자자들이 이번 하락장을 보고 새로 합류하면서 소액주주가 더 늘어난 듯 하다"고 분석했다.

소액주주가 계속 늘어나는 현상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는 펀드 등 간접투자보다 개인 직접투자 비중이 높아 변동성에 취약하고 장기투자보다는 단타 위주의 시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약세장의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의 증가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과거 증시 역사를 보면 하락장에서 지친 개인이 주식을 팔면 다시 강세장이 시작되면서 외국인이 돈을 벌었던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 출신의 주식 전문가 김희욱씨는 "미국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등 악재가 여전한데 주가가 고점 대비 많이 떨어졌다고 해도 지금이 바닥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최근 주식 시장에 들어온 투자자들이 과연 2020년처럼 돈을 벌 수 있을지 전혀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학개미의 진화? 빚 줄이고 '장투' 늘었다
'-2800만원'인데 동학개미 바글바글…2020 추억에 '아묻따 줍줍'?
# 코로나19(COVID-19) 이후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박 모씨(38)는 지난 11일 코스피지수가 2500을 회복했다는 소식에도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지 않았다. 지난해 손실 만회를 위해 다른 종목을 여러 차례 사들였지만 오히려 손해가 커졌기 때문이다. 빚투(빚내서 투자) 반대매매(주가 급락에 증권사가 강제청산)로 막대한 손실을 입어 신용융자도 다시는 받지 않기로 다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 하락 속에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를 줄이고 주식 보유 기간을 늘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잦은 거래가 손실을 키울 수 있어 하락장에서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19조58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23조원에 비해 3조9412억원이 줄었다. 주가가 상승할때는 신용융자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주식을 사기도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때는 빚투로 인한 손해가 크다보니 증시 침체에 신용융자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실제 신용융자를 받아 빚투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빚을 내지 않고 투자하는 일반적인 개인투자자와 비교해 성과가 저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 거래비용을 제외할 경우 신용거래자의 투자성과는 비(非)신용거래자 보다 4.1%포인트 낮았다. 거래비용을 포함하면 신용거래자의 누적수익률은 비신용거래자보다 10.4%p 낮았다.

또 주식시장 전체 회전율도 2020년 200%에서 올해 상반기 73%로 줄었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의미인데, 올 들어 주식시장이 2200선까지 밀려나면서 투자자들의 주식거래가 줄었다는 뜻이다. 이는 손실난 종목이 언젠가 원금 회복할 것으로 믿고 일단 묻어두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거래를 많이 할수록 손실만 키울 수 있다는 학습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초 발표된 자본시장연구원의 '국내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편의와 거래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익이 난 주식은 서둘러 매도하고 손실이 난 주식은 매도를 미루는 행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식을 서둘러 매도하는 '처분 효과'가 강한 투자자일수록 투자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잦은 거래로 손해본 경험에서 비롯된다"면서 "최근 하락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보다 신중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학개미, 올해도 '28조' 순매수 행진…수익률은 마이너스
'-2800만원'인데 동학개미 바글바글…2020 추억에 '아묻따 줍줍'?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사랑은 올해도 여전하다. 28조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다만 순매수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3%였다. 개미들이 러브콜을 외친 삼성전자, NAVER, 카카오 등 대형주들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28조744억원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5조2886억원, 기관은 12조847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2020년 '동학개미운동'을 기점으로 국내 주식 순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개인 투자자들은 5조484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2020년에는 63조9240억원, 지난해에는 76조9315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종목을 살펴보면 쏠림현상이 심하고 수익률도 시장 대비 낮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다. 15조6471억원을 순매수했다. 개인 투자자 순매수 금액의 55.73%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산 종목은 NAVER다. 개인 순매수 금액 2조201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카카오(개인 순매수 금액 1조6748억원) △삼성전자우(1조6352억원) △SK하이닉스(1조2456억원)△삼성전기(1조706억원) △카카오뱅크(9625억원) △에코프로비엠(7799억원) △LG전자 (7614억원) △LG생활건강(6078억원) 순이다.

평균 매수 단가와 현재가를 비교한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13.85%에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17.30%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의 지난 22일 종가는 6만원으로 개인 투자자의 평균 매수 단가인 6만6891원에 못 미쳤다. 수익률을 계산하면 -10.30%다.

이외에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종목별로 △NAVER -16.80% △카카오 -15.42% △삼성전자우 -10.67% △SK하이닉스 -13.89% △삼성전기 -15.23% △카카오뱅크 -30.97% △LG전자 -13.59% △LG생활건강 -14.44% 등이다.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와 비교해도 낮았다.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3.80%를 기록했다. 다만 상위 10개 종목 중 KT의 수익률은 10.20, LG화학의 수익률은 9.38%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평균 수익률은 5.46%다. 순매수 상위 종목 중 LG화학, 엘앤에프, KT, 한화솔루션, 셀트리온, 삼성SDI의 전날 종가가 평균 매수단가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등 대형주 중심으로 무조건 주식을 사들이기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시점"이라며 "4분기에 추세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저평가 종목 중심으로 방어적인 접근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Again 2020? 동학개미는 성공할 수 있을까

'-2800만원'인데 동학개미 바글바글…2020 추억에 '아묻따 줍줍'?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상승에 베팅 중이다. 2년 전 코로나19(COVID-19)발 폭락장에 투자했다 'V자 반등'의 수혜를 본 경험이 있어서다.

증시 전문가들은 2020년의 영광이 재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때와 지금의 거시경제 상황이 다르고 그로 인해 각국의 통화정책, 재정정책 또한 판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4일 2300포인트로 연저점을 기록한 코스피 지수는 이달 16일까지 한 달 반 동안 10.16% 급등했다. 이 기간 코스닥 지수는 15.49% 오르며 상승폭이 더 컸다.

연초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맥을 못춘 증시가 반년 만에 활기를 찾으면서 투자자의 기대감도 함께 커졌다. 최근 며칠 하락 전환했지만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1조원 넘게 유입됐다.

최근 랠리가 본격적인 상승장 진입인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상승)인지에 대해선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최근 조정 등을 고려했을 때 베어마켓 랠리에 가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요즘 증시가 조정 받다 보니 (그간의 상승을) 베어마켓 랠리로 보는 사람이 많은 추세"라며 "시장이 예상치 못한 이슈가 조정을 이끈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술적으로 쉬어갈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진단했다.

여전히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점을 들어 본격적인 상승장 진입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2일 원/달러 환율은 1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330원을 돌파하며 초강세를 보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조 변화와 유럽 경제가 바닥이라는 인식이 등장해야 달러 약세 변곡점으로 볼 수 있는데 아직은 유럽 경제 조건이 충족되지 못했다"며 "본격적인 상승장보다는 베어마켓 랠리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V자 반등'은 지금 시장 상황에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에는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원인 탓에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정책이 시행됐지만 지금 상황은 이와는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이진우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 때는 일시적으로 멈춘 경기를 풀기 위해 각국에서 전례없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장 복원력도 빨랐던 것"이라며 "지금은 이같은 정책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고 여전히 인플레이션 변수가 있어 향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안도감으로 반등했지만 인플레이션은 과거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에 따른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과정이고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 V자 반등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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