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펀드인데 수익률 극과극…환헤지·환노출이 뭐길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2.08.2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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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에 따른 펀드 수익률 차이도 점차 벌어진다. 환율 변화에 연동한 해외펀드는 갈수록 수익률이 높아진 반면 환율을 고정시킨 해외펀드는 달러 강세의 수혜를 전혀 받지 못해 수익률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환율 변동 위험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환헤지(換hedge)형과 환노출형으로 나뉜다. 환헤지는 환율을 고정시켜 놓고 투자자산의 가격 변동에만 수익률이 연동한다. 환노출은 투자자산의 가격 변화와 함께 환율 변화도 펀드 수익률에 반영된다.



펀드 이름에 'H'가 있으면 환헤지, 'UH'가 있으면 환노출이다. ETF(상장지수펀드)의 경우 환헤지형 ETF 이름 끝에는 '(H)'가 붙어있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ETF인데 아무런 표시가 없으면 환노출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달러 강세)는 환노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환차익으로 인해 펀드 수익률도 같이 오르기 때문이다. 반면 환율이 떨어질 때는 환헤지 상품에 투자해 환차손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종가는 1345.5원으로 2009년 4월29일(1340.7원) 이후 13년 4개월만에 최고치 기록이다. 최근 1달 동안 2.5%, 1년 동안에는 14.6% 올랐다. 지난해 1월 저점(1080.3원)과 비교하면 약 1년8개월 사이에 24% 상승했다. 그만큼 달러가 강해지고 원화는 약해졌다는 의미다.

달러 강세에 따라 최근 1년 간 환노출 상품의 수익률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다. 같은 펀드인데도 환헤지냐 환노출이냐에 따라 수익률은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미국주식에 투자하는 대표적 펀드 중 하나인 'AB미국그로스(주식-재간접)'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을 보면 환헤지형은 3.14%, 환노출형은 5.05%로 환노출형이 1.91%포인트 더 높다. 최근 1년 수익률은 환헤지형 -14.66%, 환노출형 -2.98%로 11.68%포인트 차이다.


ETF도 마찬가지다. 기초지수가 같아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갈린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환노출형 ETF인 'TIGER 미국나스닥100'은 최근 1개월 동안 6% 올랐다. 반면 같은 나스닥100 추종 ETF지만 환율 변동을 제거한 'KODEX 미국나스닥100선물(H)'는 3.13% 상승으로 차이를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긴축 의지, 유럽·중국 경기 침체로 인한 유로화와 위안화 약세, 한국 무역수지 악화 등 달러 강세를 야기하는 요인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킹달러, 경기 침체, 무역적자 누적에 속수무책"이라며 "위기를 반영한 환율은 1400원까지도 무주공산"이라고 지적했다.

강달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해외펀드 투자시 환노출형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환노출의 장점은 환헤지를 위한 비용이 들지 않아 장기 투자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자산운용사들은 보통 장내파생상품 또는 장외파생상품을 활용해 환율을 헤지한다. 달러 선물 등 파생상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증거금과 수수료가 필요하다. 장외파생상품을 이용할 경우에는 거래 상대방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환헤지 펀드에는 총보수 외에도 이런 헤지 비용이 추가된다. 금액이 크지 않아도 장기간 누적되면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환율 변동은 결국 장기간 평균에 수렴한다는 측면에서 비용이 높은 환헤지보다 환노출형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통상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환차손 회피를 위한 단기 투자 목적으로는 환헤지, 환차익을 노리거나 장기 투자용으로는 환노출이 유리하다고 본다.

'한국투자미국배당귀족' 펀드의 경우 최초 설정일이 환헤지, 환노출 모두 2020년4월로 같은데도 설정 이후 현재까지 2년 간 누적 수익률은 환헤지가 45.8%, 환노출이 67.3%로 큰 차이를 보인다. 최근에는 원화가 아닌 아예 달러로 투자하는 펀드도 인기를 모은다.

최창규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 본부장은 "현재 환율이 고점 부근이긴 하지만 방향성을 알기 어려운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환헤지나 환노출형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달러 가치에 연동하는 상품을 포트폴리오 중 일부라도 보유하는게 필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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