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는 캐나다로, 현대차는 美로…'우리편 없는' 인플레법에 각자도생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정한결 기자 2022.08.25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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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에너지 공급망을 찾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해 몬트리올에서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몬트리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에너지 공급망을 찾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해 몬트리올에서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인플레 감축법)이 시행되자 각국 정부와 기업이 살길을 찾아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은 캐나다를 찾았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으로 급히 떠났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은 캐나다 정부와 전기차 배터리 개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지난 23일(현지시간) 체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경제계 인사들과 함께 캐나다를 방문하는 와중에 거둔 성과다.



독일 자동차 회사가 캐나다 정부와 손을 잡은 건 캐나다는 러시아 다음으로 넓은 국토를 바탕으로 니켈, 코발트 등 전기차 배터리용 핵심 광물을 풍부하게 갖고 있으면서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나라기 때문이다.

인플레 감축법은 북미 지역이거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의 광물과 부품으로 만든 배터리를 부착한 전기차에만 세금 면제 혜택(보조금)을 주기로 규정한다. 최종 전기차 조립도 미국에서 진행해야 총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벤츠는 캐나다로, 현대차는 美로…'우리편 없는' 인플레법에 각자도생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은 콩고민주공화국이 가장 많았다. 캐나다의 매장량은 22만톤이었는데, 중국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폭스바겐은 이미 미국 테네시주에서 지난달부터 전기 SUV(다목적스포츠차량) ID.4를 생산한다. 세금 혜택의 기본 요건인 '미국 현지 생산' 조건은 채웠기 때문에 배터리 원산지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맨해튼 '제네시스 하우스'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전날 미국 출장에 나섰다.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동행했다. 인플레 감축법으로 현대차그룹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전부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EV6·코나EV·GV60·니로EV 등 모두 한국에서 조립된다. 보조금 없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산' 전기차와 경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 공장을 내년 상반기에 착공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올해로 앞당겨 오는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플레법 51대50으로 통과, 반대 세력도 많다"…세부 지침 없는 '배터리 원산지 규정' 공략해야
전문가들은 이미 확정된 미국 현지생산 원칙 대신, 세부 지침이 나오지 않은 배터리 원산지 규정을 공략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심지어 미국의 전기차 업체마저 해당 규정을 완전히 지키기 어려운 만큼 미국 정부가 '현실적'인 세부 지침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데, 외교적으로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것.

정부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카드도 고려 중이지만 이는 효율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WTO 제소 특성상 판결까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고, 그동안 국내 전기차 기업은 미국 시장에서 고사 직전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가 LG전자, 삼성전자를 겨냥해 수입산 세탁기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단행한 것에 대해 제소했다. WTO는 세이프가드가 WTO 협정에 불합치 한다고 판정하고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판결까지 4년 가까이 걸렸다.
(서울=뉴스1) = 제네시스 브랜드가 ‘GV70 전동화 모델’의 주요 사양과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GV70는 제네시스의 중형 럭셔리 전동화 SUV로, 배터리의 이상적인 배치와 서스펜션 튜닝 등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고급스러운 주행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빠르고 강력한 전기차 특성을 최적화했다. (제네시스 제공) 2022.2.24/뉴스1  (서울=뉴스1) = 제네시스 브랜드가 ‘GV70 전동화 모델’의 주요 사양과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계약을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GV70는 제네시스의 중형 럭셔리 전동화 SUV로, 배터리의 이상적인 배치와 서스펜션 튜닝 등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 모델의 고급스러운 주행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빠르고 강력한 전기차 특성을 최적화했다. (제네시스 제공) 2022.2.24/뉴스1
미국에서 내연기관차를 생산중인 현지 공장을 전동화 차량 생산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장을 신설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지만 국내 노조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대차는 올해말을 목표로 진행 중인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기아도 내년 하반기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려던 SUV EV9 등을 조기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인플레 감축법은 미국 국회 상원에서 51대 50으로 간소하게 통과된만큼 반대세력도 많다"며 "한국 정부가 이들과 잘 조율해 예외·특례 조항을 만들어서 국내 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끔 설득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도 6개월이면 전기차 라인으로 바꿀 수 있다"며 "노조가 쉽게 찬성하지는 않겠지만,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실패하면 그 피해도 고스란히 노조에게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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