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 선봉장 된 제약사 CEO…"벤처 기술·제약사 노하우 시너지"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2022.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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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현 제약바이오協 디지털헬스위원장 인터뷰
협회 밖 단체들과도 접촉, 업계 '공통 관심사' 도출
제약사 '부작용'·디지털치료제 회사 '유통' 보완 기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6월 디지털헬스위원회를 꾸렸다. 첫 위원장은 한종현 동화약품 대표. 수십년간 제약업계에 몸 담았지만 누구보다 디지털헬스 산업과 밀접한 인연을 쌓아왔다. 연세대 의용공학과 학사,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공학 석사를 마친 한 대표는 원격진료(Telemedicine) 분야 논문을 쓰고 회사를 창업한 경험이 있다. 이전에 몸 담았던 동아에스티에서는 메쥬(Mezoo)라는 원격진료 회사 투자도 결정했다. 전통 제약사와 디지털 헬스사 18곳으로 구성된 디지털헬스위원회 첫 위원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된 것도 이러한 오랜 전문성을 인정받아서다.

디지털헬스 선봉장 된 제약사 CEO…"벤처 기술·제약사 노하우 시너지"


"추석 이후 3차 회의, 정부도 논의 초청"
한종현 디지털헬스위원회 위원장과 25일 서울 중구 동화약품 본사에서 만났다. 제약바이오협회(이하 제바협)가 디지털헬스위원회를 꾸린 이유를 묻자 한 위원장은 "숲은 나무 한, 두 그루로는 이룰 수 없다"고 답하면서 웃었다.



그러나 이미 국내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유관조직들이 많다. 제바협 디지털헬스위원회만의 차별화한 역할이 없으면 숫자만 늘어날 뿐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한 위원장은 "제바협 회원사들은 의약품 기반의 기존 헬스 인더스트리 노하우가 많다"며 "제약사와 기술력이 좋은 디지털 헬스 벤처를 연결해 새 산업이 펼쳐지기 위한 공통의 의제를 모으고 정부에 제안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내 목소리를 모아 전해달라는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요청도 있었다"고 부연했다. 디지털헬스위원회는 출범 후 두 차례 열린 회의에서 디지털헬스 산업 국내외 동향, 의료재정 적용 가능성, 민간 보험사와의 접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달 추석 이후 개최될 3차 회의에선 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 인사들과도 논의를 나눠 업계 목소리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향후 디지털헬스위원회가 아닌 외부 단체들과도 활발히 접촉할 예정이다. 업계 큰 형님으로서 사명감이다. 한 위원장은 "국내에 디지털헬스 단체가 5개 정도 꾸려져 있는데 디지털헬스위원회 부회장(송승재 라이프시맨틱스 대표), 간사(강성지 웰트 대표)가 각 단체에서 임원을 하고 있다"며 "단체 대 단체가 협력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바협 디지털헬스위원회만의 철옹성을 쌓는 게 아닌, 디지털헬스 단체들을 따라다니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찾아나갈 것"이라며 "MOU, 조인트 컨퍼런스 등 방식으로 연내 디지털헬스 단체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겠다"고 했다.



정부 부처들간 연결고리 역할도 자청했다. 지금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컨트롤 타워는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산업이다보니 근거법이 없고 부처별 권한이 혼재돼 있다. 디지털헬스위원회와 교감이 있던 복지부, 식약처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여러 부처가 각각 디지털헬스 육성에 나선 상황이다. 구심점이 없어 속도감있는 육성이 다소 어려운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디지털헬스 특별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부 부처도 같은 테두리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각각의 정부 부처도 적극적으로 찾아가볼 생각"이라며 "저희가 가능한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각 부처의 목소리를 듣고 어느 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중지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제약사와 '유통 채널' 시너지 기대
제바협 그리고 한 위원장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디지털헬스 육성에 나서는 건 그만큼 산업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M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1063억달러(143조원)에서 2026년 6394억달러(857조원)로 연평균 29.5%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은 디지털헬스 산업 육성에 최적의 인프라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한 위원장은 "제네릭이든, 신약이든 기존 의약품은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자본부족 등으로 우리가 기술을 주도하지도 못했다"며 "그러나 IoT 등 디지털헬스 인프라는 전 세계 톱티어(일류)"라고 전했다.

앞서 한 위원장이 말했듯 제약사와 디지털헬스사 간 시너지도 크다고 봤다. 대표적인 게 소프트웨어 기반의 디지털 치료제 분야다. 한 위원장은 "제약사 입장에선 부작용, 중독성 등 약에서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복약관리 측면에서도 "A 치료에 좋은 약을 처방받았다가 평소 좋지 않던 B가 더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며 "디지털 치료제가 이러한 부작용들을 제어하고 배제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 제약사의 약 시장을 잠식하는 게 아닌, 효율성을 높여주는 '보완재'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반대로 디지털 치료제 회사도 '유통 채널' 확보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 위원장은 "제약사들은 영업사원들이 아이템을 갖고 로컬 등 의원들과 접촉하지만 벤처는 의사, 소비자와 온라인을 제외하고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며 "새로운 영역이다보니 임상을 하면서 만난 키오피니언리더 아니면 컨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치료제 회사로선 유통, 채널 확보 등에서 제약사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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