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 주문한 '스타장관', 왜 찾기 어려울까[우보세]

머니투데이 세종=김훈남 기자 2022.08.25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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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강인선 대변인이 지난달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강 대변인은 "장관들이 모두 스타가 됐으면 좋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전했다. /사진=뉴스1강인선 대변인이 지난달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강 대변인은 "장관들이 모두 스타가 됐으면 좋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전했다. /사진=뉴스1


요즘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스트레스 거리 중 하나는 '우리 장관님 스타 만들기'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이 다 스타가 됐으면 좋겠다"며 모든 부처에 '스타장관'을 주문하면서 생긴 숙제다.

"언론에 자주 등장해 국민에게 정책에 대해 자주 설명하라"는 대통령의 주문이 나오자마자 각 부처 장관들은 앞다퉈 브리핑을 자청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브리핑 시스템 'e-브리핑'을 살펴보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한 달간 각 부처의 장관이 직접 주재한 브리핑은 총 17건이다. 대통령의 지시가 있기 직전 한 달간인 6월20일부터 7월19일까지 9건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과거 부처의 실·국장(1·2급)이 도맡았던 브리핑을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경우가 분명히 늘었다. 특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회적 현안이나 화제성 정책을 직접 설명하는 장관들이 눈에 띈다. 장관들의 현장 행보도 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주말을 반납하고 고랭지 배추 산지를 찾았고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사태 당시 주무부처 장관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예정된 일정까지 취소하고 이틀 연속으로 파업현장을 찾았다.

중앙부처 공무원 A씨는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스타장관 배출을 주문한 이후 우리 부처 장관님이 신문에 얼마나 비중있게 나왔는지, 방송 메인 뉴스에 나왔는지 여부가 주요 보고거리가 됐다"며 "언론 노출 건수가 다른 부처 장관들과도 비교되는 만큼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상대적으로 장관의 언론 노출이 적었던 한 중앙부처에선 내부적으로 질타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 한창인 '스타 만들기 레이스'에서 타 부처를 따라잡을 묘수를 쥐어짜는 데 머리를 싸매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일부 장관들은 특별한 사안 없이도 주기적으로 티타임 혹은 브리핑을 갖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지난 한달 간 장관들의 분주한 행보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장관 주문은 어느정도 먹혀든 셈이다. 적어도 양적인 측면에서 언론, 바꿔말해 국민과의 접점이 늘어났으니 이를 부정적으로 볼 순 없을 터다.

하지만 아직까진 윤석열정부 내각에서 '스타'라 부를 만한 장관이 거의 없다는 것도 관가 안팎의 중론이다. 늘상 부처가 해오던, 혹은 해야했던 업무의 전면에 장관이 자주 등장했을 뿐이지 '장관이 나설만한', '장관이라서 가능한' 획기적인 정책이나 발표는 보이지 않는 탓이다. 뭐라도 하다가 하나만 걸리면 된다는 '물량 공세'만 펼치거나 눈에 띌만한 공을 장관에게 '몰아주는' 방식만으로는 스타 장관을 배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물량공세로 국민의 팬심을 사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역주행이든 뭐든 히트곡 없이 성공하는 아이돌이 없는 것처럼 스타 장관의 탄생 여부는 결국 내용물, '장관급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지난 한 달간 브리핑과 현장행보를 늘려온 각 부처 장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혁신적 정책으로 화답하지 못한다면 이같은 부지런함도 사진찍기용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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