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일 만의 4위 추락' 바닥 보인 화수분 야구, 투자 없인 '제자리걸음'일 뿐

스타뉴스 고척=김동윤 기자 2022.08.24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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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수단이 23일 서울특별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3-12로 패한 후 응원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키움 선수단이 23일 서울특별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3-12로 패한 후 응원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한때 1위를 위협하던 기세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제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화수분 야구가 결국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키움은 23일 서울특별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3-12로 패배했다.



외국인 에이스 에릭 요키시를 내세웠음에도 마주한 완패였다. 마운드는 홈런 하나 내주지 않았지만, 장·단 19안타를 맞으며 12점을 내줬다. 요키시는 4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6실점(5자책)을 했고 무실점을 기록한 불펜은 6회를 책임진 박승주 한 명에 불과했다.

타선은 한없이 무기력했다. 이정후가 4타수 2안타, 야시엘 푸이그가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했을 뿐 교체 선수 포함해 나머지 11명의 타자는 3안타를 치는 것이 전부였다. 결국 올 시즌 구단 최다인 6연패에 빠졌고 96일 만에 4위로 추락했다. 전반기 종료 시점만 해도 1위 SSG와 4.5경기 차로 위협적인 2위였으나, 이제는 SSG와 격차(14.5경기)보다 5위 KIA와 격차(5.5경기)가 더 가깝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 앞서 키움은 3선발 최원태의 1군 말소 소식을 알렸다. 골반 통증으로 최소 열흘 이상의 이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난 21일 정찬헌, 한현희를 1군에서 말소한 탓에 이번 주 남은 경기 선발 투수는 윤정현-타일러 애플러-김선기-안우진-요키시 순으로 나서게 됐다. 27일 잠실 LG전에서 다시 안우진이 나서기까지 누구 하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23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심리적 압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순위보다는 우리가 경기 전 구상한 게임 플랜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1~3선발이 나왔을 때 승리를 챙겨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면서 "투수들도 각자 위치에서 잘하고 있지만, 한 가지가 꼬여 있는 느낌이다. 선발에서 잘 던지면 불펜이 힘들고, 불펜이 잘하면 선발이 부진하는 등 엇박자가 있다"고 낙담했다.

키움 이정후(왼쪽).키움 이정후(왼쪽).
예상 못한 위기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즌 전 전문가들은 키움이 하위권을 전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 김하성(27·샌디에이고)에 이어 2021년 서건창(33·LG)과 박병호(36·KT)의 이탈까지 유출만 계속될 뿐 남들 다 하는 전력 보강이 없었다. 그럼에도 키움 선수단은 없는 자원에도 똘똘 뭉쳐 전반기를 2위로 마치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자만한 것도 아니다. 홍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은 전반기 2위에 올라와 있음에도 늘 "순위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야구를 하려 한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선발 투수들의 체력이 떨어질 때가 아니었으나, 시즌 완주를 위해 한 차례씩 1군에서 말소시켜 휴식을 줬다. 불펜 투수들의 3연투는 최소화했고 이명종, 노운현 등 신인 투수들의 기용도 주저하지 않았던 것은 눈물겨운 노력의 일환이다.

그러나 매년 20홈런을 보장해준 박병호와 두 자릿수 홈런이 가능했던 박동원이 빠진 타선 문제만큼은 좀처럼 해결하지 못했다. 이정후(24) 홀로 꾸준한 활약을 해줬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기복이 심했다. 잘 나갈 때는 매일 다른 선수들이 그날의 영웅이 되며 타선의 아쉬움을 가려줬으나, 연패를 할 때면 그 빈약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홍 감독은 퓨처스리그에서 올릴 만한 야수가 없냐는 물음에 "야수 쪽에서는 눈에 띄는 자원이 많이 없는 것으로 보고를 받고 있다"면서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큰 물길을 돌릴 만한 동력이 없다"고 씁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타자 육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이 크지만, 현장의 잘못이라 보긴 어렵다. 투수와 달리 타자 육성은 매우 어렵다. 투수 유망주는 제구되는 직구 하나만 있어도 1군에서 불펜으로 써먹을 수 있지만, 타자 유망주들은 고교 무대와 차원이 다른 변화구와 빠른 직구를 상대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또한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홈구장 고척스카이돔은 신인 투수가 잘 성장하는 환경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자들이 좀처럼 크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그런 환경에서 강정호-박병호-김하성에 이어 예비 메이저리거 이정후까지 KBO 대표 타자들을 배출하고, 몇 년간 대형 FA 영입이 없음에도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이 오히려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투자 없이 노력과 요행에 기대는 야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매년 4~5위에서 제자리걸음일 뿐인 성적으로 드러난다. 우승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말에 왠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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