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년 전부터 시도돼온 기계와 사람의 언어소통이 최근 들어 완성단계에 이르는 모습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 '자연어 처리(NLP)' 기술과 그중에서도 의미와 뜻을 파악하는 '자연어 이해(NLU)' 기술이 고도화되면서다. 기술 고도화로 이전까지 비교적 '재미' 요소에 치중돼있던 기술 활용 분야도 인간의 업무를 대행해주는 수준으로 급격히 넓어지고 있다.

예컨대 'A에게 문자가 왔나?'라는 자연어를 입력할 경우, 문자가 문자메시지(SMS)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문자메시지를 보내라는 게 아니라 수신 여부가 궁금하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위 문장에는 격조사 '~를'이 생략돼있다는 점도 AI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 AI는 대부분 단어나 단순한 명령문을 인식하는 정도의 흥미나 제품·서비스 부가 기능으로만 사용돼왔다.
NLU기술 기반으로…챗봇부터 번역까지 BM은 제각각

올거나이즈는 일상 언어를 정확히 알아듣는 인지검색 챗봇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전까지의 챗봇 솔루션들과 달리 일상언어를 명확하게 알아듣고 필요한 정보를 내놓는 것이 특징이다. 기업이 대외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것은 물론 내부에서 임직원들이 규정·정책 등을 검색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올거나이즈 관계자는 "이커머스의 리뷰 등에 도입하면 고객들의 반응까지 분석할 수 있는 등 적용 분야는 한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높은 NLU 기술력 덕에 정확도가 높고 도입 비용도 낮아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올거나이즈의 솔루션을 선택했다. 일본의 SMBC금융그룹, 노무라그룹, J파워, 미국의 코카콜라 등이다. 올거나이즈는 고객사의 80% 이상이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다.

엑스엘에이트 관계자는 "콘텐츠를 초벌 번역한 뒤 인간 번역사가 사후 편집해 최종 자막을 공급하는 방식"이라며 "쏟아지는 콘텐츠들을 다양한 국가에서 빠르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이루다' 챗봇 서비스로 유명세를 탄 스캐터랩, 성격이 있는 챗봇을 개발하고 있는 튜닙, 논문 표절검사나 채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하유 등이 NLU 기술로 각자 사업 영역을 구축해가고 있다.
2027년이면 66조원으로 성장…VC들 베팅 시작됐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도 나오고 있다. 시리나 빅스비 같은 대화형 AI솔루션을 어떤 기업이나 쓸 수 있도록 오픈플랫폼 형태로 개발한 사운드하운드가 대표적이다. 사운드하운드는 올해 4월 21억달러(2조8000억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나스닥시장에 상장했다. NLU기술을 통해 스마트홈부터 원격의료, 비대면교육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중국의 유니사운드 역시 11억달러(1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 NLU 기술 기반 스타트업들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올거나이즈는 설립 2년 차 만에 누적 1500만달러(201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더니 최근에는 일본으로 본사를 옮기고 도쿄거래소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고객사 중 일본 기업 비중이 높고, 일본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봤을 때 도쿄 시장 상장이 가장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엑스엘에이트 역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6개월여만에 36억 규모의 투자유치를 완료했다. 투자를 주도한 맹두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인간 번역가들의 공급 한계에 엑스엘에이트의 솔루션이 답이 될 것"이라고 투자 이유를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의 NLU엔진이 하나의 언어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언어를 별도 절차 없이 이해하게 된다"며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아직 AI로 전환되지 않은 분야에 사업모델을 구축해 뛰어들면 NLU 분야의 유니콘 기업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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