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업력 제약업계, 막 내리는 '창업주 경영시대'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2.08.2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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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업력 제약업계, 막 내리는 '창업주 경영시대'


제약 업계의 창업주 경영 시대가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고령의 창업주들이 잇따라 별세하면서다. 창업주들이 보유한 지분은 오너일가가 승계받아 지배력을 유지하는 수순을 밟는다. 대부분은 일가가 경영권까지 넘겨받아 소유와 경영을 모두 쥔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이 지난 20일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윤 명예회장은 지난 2014년 명예회장직을 맡으며 경영권을 내려놓았다. 그는 보유한 약 700억원의 지분을 전부 출연해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윤 명예회장의 삼남인 윤재승 최고비전책임자(CVO)가 지배구조 정점에 올랐다. 윤 CVO는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 지분 11.61%를 보유하고 있다. 그를 포함한 오너일가의 대웅 지분은 38.06%다. 대웅이 대웅제약의 지분 47.71%를 가진 형태다.



윤 명예회장이 총애했던 윤 CVO는 검사출신으로 아버지가 은퇴한 2014년 대웅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그러나 폭언 논란이 불거지면서 4년 후인 2018년 경영에서 물러났고 이후 회사는 전문경영인(CEO)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올해 CVO로 복귀했다.

현재 대웅제약은 이창재·전승호 각자 대표 체제지만, 업계에서는 윤재승 CVO가 경영 실권을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웅제약이 윤 CVO의 복귀에 맞춰 국내 주요 제약사에 없던 직책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CVO는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사업 지원 등 회사의 현안을 결정하는 직책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는 100년이 넘었다. 주요 산업 중 업력이 가장 길다. 제약사들의 창업주들이 고령이고 잇따라 별세 소식이 들려오는 이유다.


고령인 창업주들은 대부분 지분과 경영권 모두 유족에 승계한다. 앞서 이영수 신신제약 명예회장이 별세한 후 보유한 지분의 88%를 장남인 이병기 대표에 상속하기로 했다.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장남에 몰아준 것이다. 안국약품 (7,560원 ▼30 -0.40%)은 아직 지분 상속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최대주주인 어진 전 부회장이 지분을 받고 경영에도 복귀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의 경우에는 지난 2020년8월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아내인 송영숙 회장이 임 전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32,000원 ▼700 -2.14%) 지분을 넘겨 받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

주요 제약사 창업주 중에서는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114,200원 ▼1,700 -1.47%) 명예회장과 김승호 보령 (11,050원 ▼160 -1.43%) 명예회장이 활동중이다. 지분과 경영권을 물려주고 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지분 29.38%를 가진 오너 3세 강정석 전 회장이 최대 주주다. 강정석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는 않았지만 지분율을 높이며 그룹 내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보령은 김승호 창업주의 손자인 김정균 사장이 대표이사에 올라 오너 3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지분율을 살펴보면 김 창업주의 장녀인 김은선 보령홀딩스 회장이 10.4%, 김정균 사장이 1.19%를 갖고 있다.

김동연 부광약품 (5,990원 ▼100 -1.64%) 회장,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대표 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산업에 비해 산업의 업력이 오래돼 고령의 창업자가 다수인 것이 제약 업계 특성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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