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목(同想異目)]강덕수·박삼구 엇갈린 '老運'

머니투데이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2022.08.2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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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국장이진우 국장


최근 '8·15 광복절특사' 명단에 오른 기업인 중 개인적으로 가장 눈길이 간 인물은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다. 갑자기 왜? 지금은 뭐하지? 재기는 가능할까? 한때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며 재계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STX그룹의 몰락과 함께 쓸쓸히 퇴장한 '강덕수'란 이름을 오랜만에 한자 한자 읽으면서 사면의 배경과 근황이 문득 궁금해졌다.

강 전회장은 이번에 사면 후보자로 언론에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다. 해마다 사면 대상자에 올라 별 관심이 없었나 싶어 기사를 검색하니 6년 전인 2016년 광복절특사 때 사면 후보 명단에 오른 게 마지막이다. 그 이후론 기업인 사면과 관련한 기사에도 일절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에 그의 이름 옆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 쟁쟁한 오너들이 포진했다.



추측건대 강 전회장은 사면발표에서 '대기업 총수'로 묶여 나란히 등장했지만 재계에서 이미 오래전 퇴장한 상태라 사면 과정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14년 재판에 넘겨진 그가 지난해에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한동안 사면대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줄을 이어 확정판결을 받으면 사면이 유력했다는 후문도 있다.

강 전회장은 최근까지도 옛 STX그룹 임원들과 연을 이으며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STX그룹 전직 임원들에 따르면 사면 전에는 대표이사 등재 등이 불가능한 만큼 과거 STX그룹과 거래관계가 있던 제3의 인물과 손잡고 중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전기차를 주문생산하는 사업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어쩌면 이게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규모가 크지 않다고 한다.



돌아갈 친정(STX그룹)도 없고 그룹이 몰락하기 전 따로 챙겨놓은 재산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여전히 의욕이 넘치는 데다 중국이나 중동 등 다져놓은 해외 네트워크가 좋은 만큼 무언가 사업적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앞선 이유들과 함께 나이(73세)도 고령으로 접어들어 '제2의 샐러리맨 신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강 전회장의 사면은 공교롭게도 최근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10여년 전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의 격랑에 휘말렸을 때 사업구조와 별개로 '샐러리맨 신화'와 '로열패밀리'를 대하는 채권단의 스탠스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강 전회장은 회장 자리를 빼앗기며 '샐러리맨의 한계'를 절감했지만 박 전회장은 특유의 에너지와 네트워크로 경영권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이란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설상가상 박 전회장은 긴 영어의 몸 신세에 놓였다. 10년형이 최종 확정되면 1945년생(78세)인 그는 사실상 말년을 감옥에서 보내며 사면을 기다려야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지만 또다시 엇갈린 노운(老運)에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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