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측건대 강 전회장은 사면발표에서 '대기업 총수'로 묶여 나란히 등장했지만 재계에서 이미 오래전 퇴장한 상태라 사면 과정에서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14년 재판에 넘겨진 그가 지난해에야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한동안 사면대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가 줄을 이어 확정판결을 받으면 사면이 유력했다는 후문도 있다.
돌아갈 친정(STX그룹)도 없고 그룹이 몰락하기 전 따로 챙겨놓은 재산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여전히 의욕이 넘치는 데다 중국이나 중동 등 다져놓은 해외 네트워크가 좋은 만큼 무언가 사업적 재기를 노릴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만 앞선 이유들과 함께 나이(73세)도 고령으로 접어들어 '제2의 샐러리맨 신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강 전회장의 사면은 공교롭게도 최근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도 묘하게 오버랩된다.
10여년 전 STX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구조조정의 격랑에 휘말렸을 때 사업구조와 별개로 '샐러리맨 신화'와 '로열패밀리'를 대하는 채권단의 스탠스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당시 강 전회장은 회장 자리를 빼앗기며 '샐러리맨의 한계'를 절감했지만 박 전회장은 특유의 에너지와 네트워크로 경영권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이란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설상가상 박 전회장은 긴 영어의 몸 신세에 놓였다. 10년형이 최종 확정되면 1945년생(78세)인 그는 사실상 말년을 감옥에서 보내며 사면을 기다려야 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지만 또다시 엇갈린 노운(老運)에 왠지 뒷맛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