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메리카 퍼스트'…생존 기로에 선 韓 전기차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조규희 기자, 안재용 기자, 송지유 기자 2022.08.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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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중국 닮아가는 미국의 불공정(上)

편집자주 전기차 보조금을 자국내 조립 자동차로 제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를 계기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조금, 국가 주도 산업 정책 등을 이유로 중국과 무역 전쟁까지 벌였던 미국이 어느새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감축법에 담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뜯어보고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

'중국 견제한다'는 미국에 내쫓긴 한·일·독...EV보조금, 80%가 미국車
바이든 '아메리카 퍼스트'…생존 기로에 선 韓 전기차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는 차종 중 약 78%가 미국 브랜드 모델로 나타났다. 중국을 견제해 전기차·배터리 산업 패권을 쥐겠다는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행보에 정작 안보·경제동맹인 한국과 일본, 독일 완성차업계가 밀려나는 모양새다.

■ 보조금 받는 28개 모델 중 22개가 미국 브랜드



18일 미국 에너지부가 공개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종 목록'에 따르면 미국에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2022~2023년식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28개 차종(중복 제외) 중 22개가 미국 브랜드다. 이 중 테슬라를 비롯한 10개 모델이 '브랜드당 세액공제 혜택 최대 20만대' 기준을 넘겨 올해는 받을 수 없지만, 내년 1월 1일부터는 해당 기준이 사라지면서 수령이 가능하다.

테슬라의 경우 모델3·S·X·Y 등 전 차종이 포함됐다. 제너럴모터스(GM)는 쉐보레 볼트 EUV·EV, GMC 허머 픽업·SUV, 캐딜락 리릭 등 5개 모델이 세액공제 대상이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 패시피카 PHEV, 지프 그랜드체로키·랭글러 PHEV 등 3개 차종, 포드는 이스케이프 PHEV, F 시리즈, 머스탱 마하E, 트랜짓, 링컨 에비에이터·코세어 등 6개 모델이다. 루시드는 루시드 에어 1개 차종, 리비안은 EDV·R1S·R1T 등 3개 모델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미국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차종만 비(非)미국 브랜드다. 인플레 감축법 통과 전만 해도 기존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던 모델은 74종으로 알려졌는데, 40여종이 줄면서 이제는 사실상 미국 브랜드만 남겨진 셈이다.

그나마 독일 3사가 BMW 3시리즈와 X5, 아우디 Q5,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등 각각 적어도 1개 차종이 보조금을 받으면서 선방했다. 1931년 이후 미국 자동차 판매량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GM을 꺾고 지난해 선두를 차지한 토요타는 보조금을 받는 모델이 없다.

올해 1분기 미국 브랜드를 모두 앞지르며 전기차 점유율 2위를 기록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목록에서 제외됐다. 2010년 출시 이후 12년간 17만대 판매에 그친 닛산 리프만 아시아 기업 모델 중 유일하게 세액공제 대상이 됐다. 6개 중 나머지 하나는 중국·스웨덴 업체인 볼보 S60이다.


■ '자국 우선주의' 드러낸 미국…시장 선점효과 누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미국 전기차 시장이 점점 성장하는 가운데 미국 브랜드만 중점적으로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 위해 준비중이지만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아이오닉5·EV6·코나EV·GV60·니로EV 모두 한국에서 수출돼 세액공제 혜택 대상이 아니다. 올해 1분기는 전기차 판매량 2위를 기록했다지만 보조금 없이 3년의 공백기 동안 해당 순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원자재·부품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의 원자재를 일정 비율 이상 넣어야 한다. 미국 완성차업계는 북미 최종 조립 여건을 비교적 손쉽게 갖출 수 있기에 우위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둘 다 해결해야 하는 한국·일본·독일 완성차업계에는 비관세 장벽이 또 하나 추가된 셈이다.

미국 완성차업계는 세액공제 대상 차량이 준다며 인플레 감축법을 비판해왔지만 내심 싫지만은 않은 기색이다. GM·포드·토요타·폭스바겐이 함께 소속된 '자동차혁신연합'은 이번 법안을 비판해왔지만 GM은 지난 1일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 우선주의'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GM은 성명에서 "인플레 감축법에서 추진하는 프레임워크에 고무됐다"며 "일부는 하루아침에 이루기 힘든 어려운 내용이지만 우리의 대규모 투자와 적절한 시기에 추진되는 정부 정책이 미국을 전동화 글로벌 리더로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노골적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보다 더한 조치"라며 "강대국이 칼자루를 쥐고 휘둘렀는데 앞으로는 이런 법안들이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 등 각지에서 많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모든 국가가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가고 있다"며 "중국의 생산 보조금처럼 미국도 대규모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본격적으로 미·중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양국 사이 넛크랙커(호두까기) 신세가 되는 것이 우려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통상·산업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산 보조금 안 준다"는 美...정부, 고위직 급파 추진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현지시간) 여름 휴가 중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을 한 뒤 조 맨친 상원의원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현지시간) 여름 휴가 중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을 한 뒤 조 맨친 상원의원에게 펜을 건네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산을 포함해 북미에서 조립되지 않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된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에 차관급 이상의 고위직 인사를 급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 행정부를 직접 만나 우리 측의 입장을 전달하고 현지에서 피해 최소화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정부 관계자는 18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과 관련, 차관급 이상의 고위직을 직접 미국으로 보내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파견 일정과 대상에 대해서는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장관급인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또는 산업부 소속 차관급이 직접 워싱턴 D.C.를 방문, USTR(미 무역대표부) 등 미 행정부 고위직과 면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보조금 지원 대상 전기차 리스트를 공개했다. 아이오닉5, 기아 EV6 등 국내 완성차업계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5개 모델이 모두 현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배터리의 핵심 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고 배터리 부품을 북미에서 제작·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미 행정부에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보조금 지급 요건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 측 실무자가 정부의 우려가 담긴 서한을 USTR 실무자와 만나 직접 전달했다"며 "당시 미국 측은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리 측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자 정부는 관련 업계와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오는 23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국내 완성차 업체, 배터리 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간담회'를 열어 업계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에서 예측한 피해 규모와 대응 방안을 들어보고,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제 통상 규범 가운데 내국민대우원칙(NT, National Treatment)과 최혜국대우원칙(MFNT, Most Favored Nation Treatment) 적용을 미국측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NT는 타국 국민과 자국민을 차별없이 동등하게 대우한다는 원칙이며 MFNT는 특정 국가에 부여한 혜택을 다른 국가에게도 동일하게 부여한다는 의미다.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협정)와 WTO(세계무역기구)는 NT와 MFNT를 기본 원칙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미 FTA에도 관련 원칙이 적용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전문가는 "한미 FTA를 살펴보면 투자와 정보통신 챕터에 최혜국대우 원칙이 적시돼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이 자국 산업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보조금 정책은 NT, MFNT 뿐 아니라 WTO 보조금협정 규정에도 위배 될 수 있다"며 "경우에 따라선 WTO 상소 기구에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18년 WTO 협정 위배를 이유로 미국을 제소한 바 있다. 당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산 세탁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자국 업계의 주장을 수용,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미 행정부는 한국산을 비롯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대로 설정하고, 연간 이 물량을 넘어설 경우 초과분에 한해 △1년차 50% △2년차 45% △3년차 4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WTO는 지난 2월 우리 정부의 승소를 판정한 '패널 보고서'를 WTO 회원국에 회람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WTO 상소기구가 위원 정족수가 모자란 것은 사실이지만 분쟁 사안을 조사하고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패널은 현재도 가동 중"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처럼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우리 기업의 미국 현지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친환경 전기차는 바이든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산업인데 이와 관련해 중국이 제일 앞서나가고 있으니 중국 견제를 위해서 내린 조치라고 볼 수도 있다"며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보조금 지원을 포기하거나 미국 현지 공장에 라인을 만들어서 생산을 하는 2가지 선택지를 두고 결국 미국 투자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나라 뭔 상관, 우리나 잘 살자"…中 뺨치는 美의 보호주의
국제사회에서 보호무역을 앞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식량, 에너지 등 분야에서 주요국들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국제사회에서 보호무역을 앞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식량, 에너지 등 분야에서 주요국들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사회에서 자유무역주의가 쇠퇴하고 보호무역을 앞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과 중국·러시아 등의 대립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국가 간 경제적 불균형까지 심화하자, 스스로 주요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으로 자유시장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노선이 확실히 달라졌다. 각국이 반도체부터 전기차, 식량, 에너지까지 자국 우선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 "미국 땅에서 만들어라" 반도체 자급 전쟁

주요 국가들이 가장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 지원 정책을 내놓는 분야는 반도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반도체 공급망 붕괴 위기를 맞았던 아찔한 경험 이후 속도가 더 빨라졌다.

미국에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와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상원이 법안을 가결한 지 단 하루 만에 하원 문턱을 넘었다.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육성하자는 법안에는 여·야가 없었다.

바이든 '아메리카 퍼스트'…생존 기로에 선 韓 전기차
반도체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 및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70조원)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에 유치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이른바 '칩4' 구축 발판이 마련됐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만만치 않다. 오는 2025년까지 최대 1조위안(194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반도체를 중점 과학기술 사업으로 선정해 설계 소프트웨어, 고순도 소재, 중요 제조장비 등 자국의 약점으로 꼽히는 분야의 연구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7740억엔(7조6000억원)의 대규모 보조금을 긴급 편성했다. 자국의 경쟁력을 키워 한국에 빼앗긴 반도체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대만 TSMC의 설비공장,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미·일 공동연구센터를 자국 내에 건립하도록 이끄는 등 합종연횡 작전도 활발하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2022.08.09.[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2022.08.09.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칭화유니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칭화유니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 전기차 보조금 빗장친 美·中

최근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린 분야는 전기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7400억달러(976조원) 규모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했는데 이는 철저히 미국산 전기차에 수혜가 집중되도록 구성됐다.

이 법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7500달러(988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미국 내에서 조립한 모델로 북미산 광물·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이 없는 한국 완성차 업계는 전혀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전기차를 시승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AFP=뉴스1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전기차를 시승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AFP=뉴스1
중국은 이미 수년째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추가적인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외국 기업들에 장벽을 세웠다. 중국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주행기록과 카메라 영상 등 데이터 현지 보관을 의무화하는 '데이터 안보법'을 만들어 외국계 기업들을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 놨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판매가 4만유로(5400만원) 이하 전기차에 보조금이 집중되는 구매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테슬라 등 고가의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럽산 전기차를 보호하려는 조치다.

중국 베이징의 한 전기차 충전소.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인 BYD가 제조한 차량이 주차돼 있다. /ⓒAFP=뉴스1중국 베이징의 한 전기차 충전소.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인 BYD가 제조한 차량이 주차돼 있다. /ⓒAFP=뉴스1
■ 우크라 전쟁 이후 식량·에너지 움켜쥐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식량과 에너지 보호무역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일부 식품의 수출을 금지한 국가는 19개국,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나라는 7개국에 달한다.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했고, 설탕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부터 한 달 이상 팜유 수출을 중단해 세계적인 팜유 대란을 촉발했다 . 터키는 소고기·양고기·식용유 등 식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자국 우선주의도 두드러진다.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전기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자국 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들어 사실상 수출을 줄이기로 했다.

세계 1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호주도 내수 물량 부족을 이유로 수출 제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중국, 석탄발전소 재가동에 들어간 독일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독일은 최근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독일의 한 석탄발전소. /ⓒAFP=뉴스1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독일은 최근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독일의 한 석탄발전소. /ⓒAFP=뉴스1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국제사회에서 자국 우선주의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차질 사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리더십이 붕괴돼 세계적인 화합이나 화해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 경제 파탄 위기에 놓인 개발도상국 등은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확실히 달라진 국제사회 흐름에 보다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눈치만 보다간 한국의 핵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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