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줬는데 보조금 0원"...바이든에 뺨 맞은 현대차 주주의 절규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8.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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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중국 닮아가는 미국의 불공정

편집자주 [편집자주] 전기차 보조금을 자국내 조립 자동차로 제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를 계기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조금, 국가 주도 산업 정책 등을 이유로 중국과 무역 전쟁까지 벌였던 미국이 어느새 중국을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감축법에 담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뜯어보고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

"선물줬는데 보조금 0원"...바이든에 뺨 맞은 현대차 주주의 절규


20만원대 회복을 앞둔 현대차 주가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악재를 만나 주저앉았다. 미국 시장에서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현대차·기아가 제외됐다는 소식에 현대차그룹주가 줄줄이 하락했다.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 (235,000원 ▲4,000 +1.73%)는 전일대비 4000원(2.11%) 내린 18만6000원에 마감했다. 6월 급락장 이후 반등하던 주가는 힘겨운 20만원대 회복을 목전에 둔 채 미국발 악재에 이틀간 5.8% 급락했다.



이날 기아 (110,400원 ▼1,800 -1.60%)도 2.54% 하락한 7만6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모비스 (234,500원 ▼500 -0.21%)는 2.99% 내렸고 현대위아 (55,200원 ▼1,500 -2.65%) 1.58% 현대오토에버 (136,000원 ▼2,300 -1.66%) 6.23% 현대글로비스 (171,200원 ▲300 +0.18%) 4.80% 각각 밀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번 법안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원화 환산시 984만원) 보조금(세액공제)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와 동시에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EV6, 코나EV, GV60, 니로EV 등 현대차·기아 전기차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물량이 없기 때문에 8월16일 법안 발효와 동시에 보조금 혜택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인플레 감축법 보조금 지원에 현대차가 제외된 것을 두고 "현대차가 바이든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주주들은 탄식하고 있다. 지난 5월 미 바이든 대통령 방한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미국에 2025년까지 미래 먹거리 분야에 50억달러(약 6조5935억원)를 투자하겠다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에 투자하는 55억달러(약 7조2528억원)와는 별개로, 2025년까지 미국에 총 105억달러를 투자한다는 '통큰 선물'이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70% 이상의 완성차 업체가 현재로선 이번 인플레 감축법의 지원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법안에 차량 가격 제한 조건까지 추가되며 테슬라 벤츠 아우디 BMW 포르쉐 등 현대차그룹의 경쟁 전기차 모델 대부분이 보조금에서 제외돼서다. 현대차, 기아만의 악재는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테슬라 벤츠 등 고급차 브랜드는 향후에도 보조금 가격 상한을 맞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가구소득기준에 따라 소득 상위 4~19%에 해당하는 가구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에서 차량 가격은 완화된 반면 소득 기준은 강화됐다. 전기차 보조금은 세단·왜건 5만5000달러, 밴·SUV·픽업트럭 8만달러 이하 차량에만 적용된다. 신차 보조금 수령이 가능한 가구당 연소득 수준은 1인 기준 15만 달러 이하, 맞벌이 기준 합산 30만 달러 이하로 제한해 소득 기준이 대폭 강화됐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단기적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생각보다 전기차 소득 기준이 까다롭고 가격 장벽이 생겼기 때문에 고가 위주의 전기차 출시 라인업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며, 향후 보조금을 염두에 둔 중저가 모델 출시가 늘겠다"고 판단했다.

법안에 따르면 중국 견제와 미국 내 생산 지원을 위해 소재와 생산지 요건이 강화됐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리튬과 코발트 같은 배터리 광물 소재의 40% 이상이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 추출·가공돼야 한다. 배터리 부품의 50% 이상은 미국 내에서 생산 및 조립돼야 한다. 광물과 배터리 미국 생산 비중은 매년 10%씩 상향조정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으로 단기적으로 부품 단위 수출 후 최종 차량 조립만 미국에서 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중국산 배터리 소재 비중만 낮추면 된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여파에 주가가 출렁였지만 현대차의 올해 실적 가시성은 높은 편이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22년 현대차 매출액 전망치 평균은 전년비 15.47% 증가한 136조원, 영업이익은 51.9% 늘어난 10조1000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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