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중단인가 불발인가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2.08.1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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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47,300원 ▼100 -0.21%)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에 상생안을 전달한 지 사흘이 채 되지 않아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철회를 발표했다. 경영 방향이 맞지 않다며 강력하게 매각 의지를 불태웠던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를 팔지 않기로 한 이유는 뭘까. 카카오 공동체에 남게 된 카카오모빌리티에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생 노력, 진정성 먹혔다
카카오가 공식적으로 밝힌 매각 중단 사유는 '모빌리티와 사회의 지속 성장을 위한 협의체'가 마련한 상생안을 존중하고 양 사가 경영 방향성을 맞춰가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생안에 사회적 책임 등 카카오 공동체가 강조하는 새 경영 방안이 담겼고, 이것이 카카오 CAC를 설득했다는 뜻이다. 상생안에는 △혁신 △성장 △동반 △공유라는 4개의 의제를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지속적인 성장과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목표가 담겼다.



카카오 측은 매각 철회를 밝히며 "카카오모빌리티 노사가 도출한 사회와의 지속 성장 의지를 존중하고, 이를 구체화해 실행해 나가는 것을 지원할 예정이다"고 했다.

카카오 브랜드 사용 등 경영 관련 문제로 카카오와 MBK파트너스의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것도 매각 철회된 이유로 지목된다. 협상 초기 MBK와 카카오가 원하는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는 각각 약 3조원과 약 8조5000억원이었는데, 업계에 따르면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약 8조원으로 맞춰졌다. 높은 가격을 치르게 된 MBK는 카카오 브랜드가 주는 이점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김성수 카카오 CAC 센터장이 "카카오라는 기업 내에서는 더 이상 모빌리티 플랫폼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던 만큼, 경영진 입장에서는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이 많았던 택시나 대리 서비스에서 카카오 브랜드를 떼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협상이 파기된다면 브랜드 사용 등 경영적인 부분에서 합의를 못 봐서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얼어붙은 투자 시장 환경에…"MBK도 어려움 겪었을 것"
일각에서는 상생안이나 경영권 합의 문제가 아니라 금전적인 문제로 딜이 파기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지난달 말까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카카오 공동체의 경영 방향과 성장을 중시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영 방향이 맞지 않아 매각을 추진한다고 했는데, 상생안으로 이렇게 간단히 설득됐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달 18일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 올핸즈에서 "메신저 회사가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게 맞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상생 방안 없이 큰 아젠다만 담긴 상생안으로 CAC가 쉽게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 때문에 매수자인 MBK파트너스에서 카카오가 원하는 매각 자금을 모으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면서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8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이야기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MBK에서 FI(재무적 투자자)만으로 인수자금을 모으지 못해서 SI(전략적 투자자)를 통해 자금을 모으려 했으나, 카카오에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대 주주로 남는 만큼, 경영권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기에 SI는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에게까지 제안이 갔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매각은 막았지만…이미지 개선·투자자 회수 문제 산적
매각은 막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에게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매각이 불발되면서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FI와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쏘카마저 저조한 흥행 실적을 받아든, 얼어붙은 증시 상황에서 중단했던 IPO(기업공개) 재추진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FI 문제를 외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와의 매각은 무산됐지만, 2대 주주인 TPG 컨소시엄 등 또 다른 FI는 MBK와의 협상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TPG가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29%다. MBK가 TPG 지분을 전량 매입하면 2대 주주에 올라서게 된다.

TPG 지분이 정리되면 IPO 압박도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어려운 시장 상황에도 IPO를 추진했던 이유가 자금회수를 요구하는 FI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TPG가 12년짜리 장기펀드로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하고 있지만, 투자업계에서는 TPG가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빨리 처분하고 싶어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VC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입장에서는 경영권도 희석되지 않고, TPG는 원하는 엑시트를 할 수 있고, MBK는 일부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을 살 수 있어 윈윈이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택시업계와의 갈등 해결과 상생안 실현을 통한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정대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 카카오모빌리티 분회 스태프는 "모빌리티 임직원과 경영진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부터 우리 크루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하고 정당하게 평가받으며, 합당한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근무 및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 대란으로 택시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지면서 카카오모빌리티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분석했다. 한 택시업계 관계자는 "택시의 탄력요금제·호출료 도입 등 규제가 완화될 기미가 보이면서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 같다"며 "카카오 입장에서는 모빌리티 몸값을 불릴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잡음이 발생하는 택시업계와의 관계 개선도 필요하다. 개인택시 기사들을 중심으로 자사 가맹택시에만 콜을 몰아준다는 등의 이유로 카카오모빌리티에 반감이 큰 택시 기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CAC에 제출된 상생안을 토대로 순차적으로 해결될 예정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각 서비스별로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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