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에도 상장 벤처캐피탈, 수백억 성과보수 '잭팟'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2.08.1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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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부진에도 상장 벤처캐피탈, 수백억 성과보수 '잭팟'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긴축 공포에 지정학적 위기가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불안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상장 벤처캐피털(VC)들은 올해 상반기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0년대 후반 결성한 펀드들이 결실을 맺으며 수십수백억원의 성과보수를 챙긴 덕분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에서 성과보수를 공개한 상장 VC 중 가장 많은 성과보수를 취득한 곳은 에이티넘인베스트 (2,770원 ▼35 -1.25%)다. 성과보수란 운용 중인 펀드가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경우 투자수익의 일정 비율을 운용사에게 지급하는 계정을 뜻한다. 회계상으로는 영업수익(매출)로 구분된다. 성과보수를 취득했다는 건 그만큼 해당 운용사의 펀드 운용 성과가 좋았다는 뜻이다.



에이티넘은 올해 상반기에만 713억원의 성과보수를 챙겼다. 영업수익의 84.4%를 차지했다. 조합지분법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70억원에서 올해 8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성과보수 '잭팟'이 실적을 견인했다. 에이티넘의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은 전년동기 대비 434.8% 급증한 845억원을 기록했다.

투자 회수 중인 여러 조합 중 가장 톡톡히 효자노릇을 한 건 '에이티넘고성장기업투자조합'이다. 2014년 2030억원 규모로 결성된 이 펀드는 두나무, 직방, 카카오게임즈 (21,100원 ▲200 +0.96%), 펄어비스 (30,750원 ▲150 +0.49%) 등 쟁쟁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그 중에서도 두나무 회수 실적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티넘 다음으로는 스톤브릿지벤처스 (4,685원 ▲65 +1.41%)가 104억원의 성과보수를 취득했다. 지난해 상반기 44억원보다 두 배 넘게 늘었다. 스톤브릿지벤처스 역시 조합지분법이익이 86억원에서 36억원을 줄어들긴 했지만 펀드 운용성과가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재 청산절차를 진행 중인 △스톤브릿지성장디딤돌투자조합 △스톤브릿지오퍼튜니티1호투자조합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모두 2017년 결성한 펀드로 각각 400억원, 171억원으로 결성됐다. 각 펀드의 대표 포트폴리오로는 두나무와 직방이 있다. 2015년 시리즈C 당시 3000억원대로 평가 받던 직방은 올해 진행한 시리즈E에서 기업가치가 2조5000억원으로 뛰었다.

스톤브릿지 관계자는 "성장디딤돌과 오퍼튜니티1호에 대한 청산 절차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이라며 "청산 절차가 완료되면 성과보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대성창투 (1,945원 ▼51 -2.56%)(71억원) △다올인베스트먼트 (2,555원 ▼30 -1.16%)(56억원) △SV인베스트먼트 (2,005원 ▲7 +0.35%)(32억원) △TS인베스트먼트 (1,275원 ▼1 -0.08%)(31억원) △DSC인베스트먼트 (3,625원 ▼105 -2.82%)(26억원) 등도 성과보수를 받았다. 다올을 제외하고 성과보수를 챙긴 VC들은 모두 지난해보다 영업수익이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한 VC 관계자는 "성과보수를 낸 펀드들은 대부분 벤처투자 활성화가 막 시작된 2010년대 후반 결성된 펀드"라며 "투자 스타트업 몸값에 뛰면서 펀드 운영 성과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에는 투자경색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성과보수가 기대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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