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키운다더니' 투비소프트, 이강테크 인수 1년만에 80% 상각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2.08.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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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및 코인사업은 자회사 사업으로 포장해 자료 배포

'신사업 키운다더니' 투비소프트,  이강테크 인수 1년만에 80% 상각


투비소프트 (350원 ▼50 -12.50%)가 지난해 인수한 복층유리 생산설비 제조업체 이강테크의 지분가치가 1년만에 약 8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투비소프트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강테크는 반기말 기준 장부금액이 15억3400만원이다. 지난해 6월 70억원에 지분 100%(12만주)를 인수한 지 1년만에 가치가 급감했다. 감사인인 대성삼경회계법인은 지난해 27억5900만원, 상반기 27억원600만원을 손상처리했다.

투비소프트는 2020년 11월과 2021년 6월 두차례에 걸쳐 이강테크의 주식을 인수했다. 인수대금은 현금 대신 10회차 전환사채로 지급했다. 회사는 취득 목적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강테크는 상반기 매출액 11억5500만원, 영업손실 7억6000만원, 당기순손실이 19억2000만원 등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투비소프트도 상반기 연결기준 실적이 82억3900만원의 순소실에 머물렀다.

이강테크는 1995년 이강인터내쇼날로 설립된 뒤 2000년 사명을 변경했고, 2007년부터 상장폐지된 기업들과 관계돼 수차례 등장했다.

2010년 상장폐지된 폴켐은 2007년 7월 110억원에 이강테크를 인수했다. 인수 방식은 현금과 전환사채 지급이었다. 하지만 인수 첫 해부터 투비소프트와 비슷하게 손상차손이 발생했고, 상장폐지 이후에는 전액 상각됐다. 강흥섭 이강테크 대표는 폴켐의 최대주주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상장폐지된 에이아이비트(현 제이앤케이인더스트리)도 2018년 3월 이강테크의 지분 100%를 120억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10월 인수 계약을 해제했다. 회사는 이강비트의 자산부채 실사를 실시하였으나 신뢰성 있는 회계자료의 미비로 인해 순자산가액을 확정할 수 없어 계약을 해제했다고 공시했다.

증권업계는 투비소프트가 본업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사용자 경험(UX) 플랫폼과 관련이 없는 이강테크를 인수한데 대해 의구심을 나타낸다. 상장폐지된 기업과 관련성이 있고, 수익성이 낮은 기업을 굳이 인수할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이에 투비소프트는 "이강테크의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한 매출 증대 등으로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며 "이강테크가 당시 대기업과 사업협력을 논의 중이었고, 현재 관련 계획이 미뤄졌지만 사업가치에 대한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강테크의 경영 및 개발환경 개선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하반기부터 매출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NFT 및 코인 사업도 허위 자료 배포…300억원 발행 CB도 사용 못해
투비소프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한 신사업 대체불가토큰(NFT)과 가상자산 메타댄스토큰(MDT) 사업도 문제로 지적된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자회사 투비메타를 설립해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안무 콘텐츠 전문 NFT 거래소 '더봄'을 운영, 메타댄스토큰(MDT)의 가상자산거래소 MECX 상장 등 7개월간 수차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포털사이트에서 MDT를 검색하면 투비소프트와 관련된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투비메타는 투비소프트와 지분관계가 없다. NFT 및 가상자산 사업 기대감을 높였지만 사실상 투비소프트와 관련이 없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사업 기대감에 2550원까지 올랐던 투비소프트의 주가는 980원 수준까지 내려왔다. MECX에서 MDT도 올해 5월 상장 이후 0.45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최근엔 10분의 1 수준인 0.052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투비소프트는 "투비소프트와 투비메타가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지만, 경영진이 중복되고 출자 예정이라 정확히 기술하지 못했다"며 "최근 투비메타 보도자료에서는 투비소프트 자회사라는 표현이 없다"고 답변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 7월 26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투비메타의 지분 출자를 결의했다. 8월 중 종속기업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투비소프트가 지난해 11월 투자유치한 300억원도 사용하지 못할 만큼 신규사업 발굴에 난항을 겪는다고 보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 3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자금 사용 목적은 신규사업자금 240억원, 운영자금 60억원이다.

하지만 이 300억원은 사용하지 못한 채 메리츠증권에 근질권이 설정돼 있는 상태다. 메리츠증권은 CB를 발행하면서 사채 조기상환청구에 대한 이행담보로 금융계좌에 대한 근질권설정 계약을 체결했다. 이 자금을 사용하려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이 자금사용을 위해 추가 담보 제공을 요구한 점을 들어 회사가 매도청구권(콜옵션)을 염두하고 발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CB는 최초 전환가액이 2250원이지만 시가 하락에 따라 액면가인 500원까지 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하다. 회사는 이 CB의 콜옵션에 대해 30억원을 파생상품금융자산으로 계상하고 있다.

투비소프트는 "발행 CB의 조기상환 청구가 11월부터 가능하지만 기업가치 제고로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며 "현재 해당 사채에 대한 상환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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