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말하지 않고 감춘 것도 '거짓말'

머니투데이 김명룡 바이오부장 2022.08.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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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하는 것이다. 대체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 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이처럼 허위를 진실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의미의 거짓말이다.

또 다른 형태의 거짓말은 이미 있는 진실을 외면하고 의도적으로 이를 말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개별 사실 하나하나가 큰 의미를 지니는 임상과학 분야나 투자의 영역에서 중요한 단어나 사실을 일부러 빼서 발표하는 것을 거짓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바이오기업 압타바이오 (5,790원 ▼90 -1.53%)는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의 임상2상 시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는 보도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했다. 보도자료엔 "임상 2상을 통해 신장질환을 평가하는 주요 바이오마커가 위약군에선 약 3% 미만 감소했는데 '아이수지낙시브(압타바이오의 신약후보 물질)' 투여군에선 2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공정공시에는 넣었던 결정적인 몇 마디를 보도자료에서 누락 시켰다. 압타바이오가 공시한 내용엔 앞선 문장 뒤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음"이란 내용이 들어 있었다.



임상시험은 신약 후보물질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절차다. 일반적으로 진짜약과 가짜약을 투여해 이를 비교하고, 객관적 통계치를 통해 이를 검증한다. 사람마다 편차가 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목표한 수치를 달성해야 한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의미는 임상시험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할 정도로 중요한 문구다. 그런데도 압타바이오가 이를 홍보자료에선 쏙 뺀 것이다.

회사 측은 "후보물질의 효과는 있지만 임상을 완주한 인원이 부족해 통계수치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중이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압타바이오는 임상성공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임상결과 발표 이후 50%이상 상승했던 주가도 며칠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건 회사의 태도다. 임상결과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보도자료에서 회사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음'이란 말을 뺀 건 중요한 것을 말하지 않는 형태의 '거짓말'로 봐야 한다. 적어도 압타바이오는 보도자료에는 반드시 이 문장을 넣고 이에 대한 설명을 했어야 했다. 그랬었다면 회사 주가가 이틀만에 50% 올랐다가 제자리로 오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말해야 하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은 바이오기업 레고켐사이언스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항체-약물복합체 후보물질을 기술수입한 미국의 픽시스라는 회사는 최근 기술도입한 물질의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톡신이란 물질에서 독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레고켐바이오 (66,200원 ▼2,000 -2.93%)는 기존 톡신을 대체할 신규 물질을 제공하기로 했는데 이 때문에 개발이 1년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계약엔 변경이 없단 이유로 이를 알리지 않고 있다. 계약 변경이 없다면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규정을 지키고 있단 설명이다.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면 공시할 사항이 아니어도 보도자료를 내오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레고켐바이오와 픽시스의 계약은 선급금 950만달러(약 125억원)를 비롯해 단계별 기술료 등 총 규모 3000억원 이상 규모다. 적잖은 규모의 기술수출이 좌초될 위기가 생겼지만 회사가 침묵하면서 투자자들은 이같은 위험을 감지할 기회를 잃었다.

올들어 바이오기업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바이오기업의 진정성 마저 위협받고 있다. 신약개발이란 꿈을 꾸지만, 어느 산업보다도 '과학'과 '숫자'에 정직해야 할 곳이 바로 바이오산업이다. 감추고 싶은 일도 정확하고 투명하게 밝혀야 신뢰를 지킬 수 있단 얘기다. 진실 중 일부를 숨기는 형태의 거짓말을 하는 몇몇 기업이 바이오산업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

[광화문]말하지 않고 감춘 것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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