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보조금 제외된 韓 전기차…"호주·캐나다와 원자재 협력 강화해야"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2.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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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 5현대차 아이오닉 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하면서 현대차 등 국산 전기차가 현지에서 보조금(세금 공제)을 못 받게 되자 한국과 FTA(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으면서도 핵심 광물 생산국인 호주·캐나다 등에서 원자재 공급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18일 '인플레이션 완화법으로 본 미국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전략과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래차 사업을 키우는 산업정책과 원자재를 확보하는 통상정책이 긴밀히 연계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美 "전기차 관련 모든 원자재·부품은 '북미산'으로 채워라"…수입전기차, 세액 공제 혜택 제외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연설에서 "이 법은 내일에 관한 것"이라며 "미국 가정에 번영과 진보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2.08.17.[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등의 내용이 담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연설에서 "이 법은 내일에 관한 것"이라며 "미국 가정에 번영과 진보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2.08.17.
인플레 감축법엔 북미산 전기차 중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하거나, 북미에서 재활용한 핵심 광물 사용 비율과 북미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배터리 부품 비율에 따라 차등해 세액을 공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미산 전기차란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뜻한다.



내년부터 7500달러(약 980만원) 세액 공제의 절반은 핵심 광물 원산지 비율에 따라, 나머지 절반은 북미산 배터리 부품 사용 비율에 따라 차등 지원된다. 핵심 광물 25종의 구체적인 제련 기준은 미국 정부가 추후 제시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는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및 제련한 배터리 핵심 광물을 내년 40% 이상, 2027년부터는 80% 이상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 공제 혜택 부여할 방침이다.

또 전기차 제조사는 북미 제조·조립 배터리 부품을 내년 50% 이상, 2028년부터 100% 사용해야 3750달러의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수입 전기차는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전 브랜드당 20만대로 제한했던 세액 공제 상한 물량 기준은 해제됐고, 오는 2032년까지 공제 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의 소득별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판매 가격 5만5000달러(약 7200만원) 이상의 승용차와 8만달러(약 1억500만원) 이상의 SUV(다목적스포츠차량)와 픽업트럭은 세액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중량 1만4000파운드(약 6328kg)이하 비내연기관 상용차는 최대 7500달러, 그 이상 중량 상용차는 4만달러(약 5300만원)까지 세액 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2년 이상의 중고 전기차도 판매가격 2만5000달러(약 3300만원) 미만에만 판매가격의 30% 내에서 최대 4000달러 세액이 공제된다.

한자연은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미래차 산업을 육성하는 가운데, 미국의 인플레 감축법 발표에 따라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 빨라질 것으로 봤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강화되며 전기차 판매와 생산에 탄력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다. 블룸버그는 2025년 세계 전기차 판매가 신차 판매의 23%인 2060만대로 증가한 후 2030년엔 39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 전기차 업체들은 세액 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 5만5000~8만달러 사이 가격대의 모델 생산에 치중할 것이며, 고급차 업체들은 원가 절감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자연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내연기관차 평균 가격은 4만6000달러이지만 전기차 평균 판매 가격은 6만6000달러였다.

"韓과 FTA 맺은 호주·캐나다·칠레서 '광물 공급 협력' 강화해야…中과 소통도 소홀히 해선 안 돼"
(디트로이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GM 전기차 팩토리 제로를 방문해 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디트로이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GM 전기차 팩토리 제로를 방문해 연설을 하기 위해 도착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미국 배터리업체들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지 않은 국가로부터의 수입 원자재를 사용하지 않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저가 배터리 개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호주, 캐나다, 칠레 등에서 전기차 핵심 광물을 수입하고, 자체 핵심 광물 생산뿐 아니라 캐나다와의 협력을 통해 북미 핵심 광물 공급망을 구축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는 2020년 에너지법에 근거해 미국의 핵심 광물 공급망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6억7500만달러(약 8900억원)를 지원해 핵심 광물 연구·개발·실증·상용화 프로그램을 운용하기로 했다.

한자연은 한국 정부도 미래차 산업 육성 정책을 보완하고 연계해 정부 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대학과 기업의 수요 상황을 반영해 통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 미래차 산업 대경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산업정책에 맞는 원자재 확보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자원 빈국인 한국의 기업들이 전기차 핵심 광물 수입처를 다변화하면 원가 상승으로 인한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정부의 구매 보조금 지급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항구 한자연 연구위원은 "한국과 FTA를 체결했으면서 핵심 광물 생산국인 호주, 캐나다, 칠레, 인도네시아와 광물 공급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미국 기업의 전략과 산업 동향을 분석해 세부적인 협력 전략을 기업과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이 중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 지위를 약화하지 않도록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중국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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