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주력이던 아시아나항공이 IMF(국제통화기금)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지분매각 등으로 가까스로 고비를 넘은 박 전 회장의 선택은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에 1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공격적 확장이었다.
대우건설 매각은 생각처럼 빨리 이뤄지지 않았다. 이 여파로 2009년 말엔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형제 간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졌다. 7년 간 이어진 형제의 난이다. 박찬구 회장은 결국 2015년 금호석유화학을 중심으로 그룹에서 계열분리돼 승승장구하고 있다.
형제의 난 초반 이선으로 물러났던 박삼구 전 회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일선에 다시 복귀했다. 그룹 재건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대우건설과 금호렌터카 매각에 이어 2011년엔 대한통운까지 팔았다. 금호타이어도 중국 더블스타로 주인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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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영광을 되찾기는 녹록치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영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2019년 급기야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회계부정으로 부실을 숨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분식회계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박 전 회장은 같은 해 그룹 회장직, 아시아나항공-금호산업 대표이사 및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불명예퇴진이었다.
수난은 끝이 아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7년 당시 그룹 재건 시도 과정에서 계열사들이 금호고속을 부당 지원했다며 박 전 회장 등을 검찰 고발했다. 2015년 말에 금호터미널 등 계열사 4곳의 자금 3300억 원을 인출해 금호산업 주식 인수 대금에 쓴 혐의도 드러났다. 2016년에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저가 매각하고, 계열사를 동원해 금호기업을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독점 사업권 저가매각 혐의도 더해졌다.
박 전 회장은 결국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같은 해 11월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보석 석방된 상태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다.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박 전 회장에게 1심 징역 10년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공격적 확장으로 한때 그룹을 재계순위 7위로 이끌었던 기업인의 신화도 그렇게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