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상거래 채권단 "정부, 기아·대우 인수 땐 돕더니 왜 우린 외면하나"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2.08.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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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쌍용차의 성공적인 M&A 추진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은행에게 지연이자 탕감과 원금 1,900억 출자전환,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22.8.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쌍용차의 성공적인 M&A 추진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은행에게 지연이자 탕감과 원금 1,900억 출자전환,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2022.8.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각 작업 중인 쌍용차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업체로 구성된 쌍용차 상거래 채권단과 노조가 KDB산업은행에 196억원의 지연이자 전액 탕감 등 지원책을 요구했다. 쌍용차가 산은에 내야 할 이자 부담이 적어지면, 그만큼 상거래 채권단에 갚지 못했던 부품 값을 더 지불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선목래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위원장은 17일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동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연이자 탕감 및 국책은행이 자동차 부품 산업을 지원, 육성하고 중소 영세 협력사들의 경영 위기로부터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산업은행의 당연한 책무"라며 이같이 밝혔다.



쌍용차 노조에 따르면 산은은 1900억원의 원금과 196억원의 지원이자까지 관련법에 따라 우선적으로 전액 변제받는다. 산은에 갚아야 할 돈이 줄어들면, 그만큼 상거래 채권단이 받지 못했던 부품 대금 액수는 더 늘게 된다. 지연이자 탕감 외에 노조는 △산은의 원금 1900억원에 대한 출자전환 △산은은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지원 대책 마련 등도 요구했다.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쌍용자동차의 정통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 토레스가 사전계약만으로 3만대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에서 생산을 마친 '토레스' 차량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2022.7.21/뉴스1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쌍용자동차의 정통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신차 토레스가 사전계약만으로 3만대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출고센터에서 생산을 마친 '토레스' 차량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2022.7.21/뉴스1


상거래 채권단은 340여개 협력업체로 구성돼 60% 이상이 중소업체로 분류된다. 상거래 채권단과 2·3차 협력사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30만명이 넘는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가 산은이 받아야 할 돈을 탕감해주는 게 자동차 산업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KG그룹은 지난 11일 상거래 채권단을 위해 현금 3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거래 채권단의 현금변제율은 기존 6.79%에서 13.97%로 상향조정 됐다. 주식을 포함한 실질변제율도 41.2%로 높아졌지만, 중소업체 입장에선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선 위원장은 "산은의 지연이자 포함 100% 현금변제와 중소 영세 협력사의 14% 현금변제가 공정한 변제 방식인지 묻고 싶다"며 "국책은행 스스로 지연이자를 탕감해 협력사의 현금 변제율을 높이는 게 기본 상식이자 사회 정의"라고 했다.


이어 "산은이 이자놀이를 중단하고 원금만 보장받는다면 상대적으로 협력사의 현금 변제율을 높일 수 있다"며 "산은이 자동차 부품산업을 육성하고 산업 생태계를 보전하는 건 국책은행으로서 본분"이라고 덧붙였다.

채권단 "기아·대우에 비해 변제율 턱없이 낮아"…금융계 "쌍용차 노조 요구, 과거 사례 없어"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성공적 M&A 추진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17.[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쌍용자동차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성공적 M&A 추진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8.17.
상거래 채권단은 과거 현대차의 기아 인수,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 인수 당시와 비교해 현 변제율이 지나치게 낮다고도 했다. 최병훈 상거래 채권단 사무국장은 "과거에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했을 때 기아차의 상거래 채권자들은 100% 보전받았다"며 "대우자동차가 GM 대우로 넘어갔을 때도 약 75%의 변제율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상하이자동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했을 때도 저희 채권단은 약 68%의 회수율을 받았다"며 "(실질변제율 41.2%는) 과거에 비해 턱없이 낮은 회수율이고 그 와중에도 정부는 한 푼도 손해를 보지 않고 공적자금도 일절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노조와 상거래 채권단의 요청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게 금융업계 분석이다. 지연이자를 탕감했던 사례가 과거에 전혀 없었고, 이를 강행할 법적 근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금 기반 국책은행인 만큼 산은 회장이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도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의 출자전환은 구조조정 시 진행되곤 하지만,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회사 입장에선 그만큼 이자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대신 주식 수가 늘어나 주식 가치가 희석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노조와 상거래 채권단의 명분이 다소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G그룹이 변제율을 올리기 위해 300억원을 이미 추가로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채권단 내에서도 이미 큰 틀에서는 이같은 내용에 합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상거래 채권단의 입장이 최종 결정되면 조만간 회생법원에 새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6일 열리는 관계인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면 통상 당일 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게 된다. 이후 법원이 공식적으로 기업회생 절차 종료를 알리면 모든 절차는 마무리된다. 쌍용차의 회생계획안 처리 시한은 오는 10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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