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김지영 디자인기자
1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RE100 가입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LG전자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이사회 산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가 최근 RE100 가입 신청 건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ESG위원회가 실행 역량 문제로 RE100 가입을 연기한 것과 대조적으로, RE100을 주관하는 '더 클라이밋' 그룹의 승인만 거치면 동참이 확정된다.
가장 발빠르게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SK그룹이다.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주문에 호응해 2020년 국내 기업으론 처음으로 SK㈜,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등 SK그룹 6개사가 RE100에 가입했다. 현재까지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가 동참하고 있다.
기업들이 RE100 가입에 속도를 내는 것은 해외 고객사들의 동참 압박이 거세기 때문이다. 특히 폭염과 가뭄 등 기후 변화에 노출되면서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는 유럽·북미 시장의 요구가 강하다. BMW나 애플 등은 국내 납품업체에 계약 의무를 부과하고 나섰으며,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기후 리스크 공시 의무화 등은 사실상 동참을 강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RE100이 법적 구속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동참 요구가 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특성상 거부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면서 "직·간접 배출(스코프 1,2)은 물론 협력사(스코프 3)까지 요구 영역이 점차 늘고 있어 RE100에 동참하지 않는 기업은 무형의 무역장벽에 직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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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려운 국내 여건이다. 해외 사업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비용은 해외에 비해 1.5~2배 가까이 비싸다. 한전이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전력다소비 기업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18.41TWh(테라와트시), SK하이닉스가 9.21TWh를 사용했는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확보한 재생에너지는 사용 전력의 3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500GWh에 불과하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을 위해 재생에너지 공급망 부대비용을 절감해 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 제도가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를 쉽게 쓸 수 있도록 국내 인프라를 확충해 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