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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ㅣ'옥자'가 쏘아올린 작은공…이젠 OTT없인 못살아①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08.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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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사진제공=넷플릭스'옥자', 사진제공=넷플릭스




"'옥자'의 파행으로 한국 영화 생태계가 교란된다."

2017년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이슈는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570억을 투자받아 제작됐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였다. '옥자'는 당시 모든 한국 영화의 개봉이 극장에서 선행으로 이뤄지는 관행을 처음으로 깬 국내 첫 OTT 개봉작이었다. 대기업 계열의 멀티플렉스는 이런 '옥자'를 대놓고 규탄하며 상영을 거부했다. 영화계의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제작비만 무려 570억 규모인 데다가 '명장'으로 불리는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틸다 스윈튼, 릴리 콜린스 등의 묵직한 할리우드 배우들까지 출연하는 대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옥자'는 끝끝내 CGV나 롯데시네마 등의 영화관에서 상영되지 못했다.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동시 상영을 계획했던 '옥자'는 결국 몇몇의 '비 멀티플렉스'의 소규모 극장에서만 상영됐고, 당시 영화계와 다수의 언론들은 넷플릭스가 한국 영화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이는 "생태계 교란"이라며 길길이 날뛰던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지만 프랑스 극장 협회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혔다. 요즘에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오스카에 노미네이트도 되고 각종 영화제에서 조명받고 있지만, 갓 태생했던 무렵엔 영화계에서 대놓고 무시를 당하는 존재였다.



결과적으로 봉준호 감독이 각종 질책에 시달리며 튼 물꼬는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라는 신의 한수가 됐다. 지금은 이준익, 윤종빈, 연상호, 황동혁 등 굵직한 영화감독들이 대거 OTT 작품에 뛰어들었고, 작가주의 감독인 이창동마저 "(OTT 작품을) 언젠가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업계 인식이 바뀌었다. 이중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이끌며 미국 골든글러브나 비평가협회에서 남우조연상과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하는 영예까지 안았다.

'오징어 게임', 사진제공=넷플릭스'오징어 게임', 사진제공=넷플릭스
2017년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수는 겨우 10만 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기준으로 1117만 명의 구독자가 집계됐다. 세계적으로 OTT 업계가 휘청하고 있는 상황임을 차치하더라도, 불과 5년 만에 불어난 구독자 수는 0이 두 개나 늘어난 객관적 수치만큼 엄청난 성장세를 실감하게 한다. 한국의 인구가 5100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를 비롯해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OTT 플랫폼 웨이브(423만 명), 티빙(401만 명), 쿠팡 플레이(373만 명), 디즈니 플러스(168만 명), 시즌(156만 명), 왓챠(108만명) 등을 합한 2700만 여명의 이용자가 'OTT 대중화의 도래'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OTT는 현재 대중문화 콘텐츠의 가장 보편적인 시청 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ENA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된 것이 흥행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는 얻지 못했을 거다. 얻었다 하더라도 흥행 속도가 지금보다 더뎠을 것"이라며 "제작사들은 이제 지상파나 종편, 케이블 방송사의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되는 것만큼 어떤 OTT에서 서비스 할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경우는 다른 OTT가 아닌 넷플릭스라 가능했던 흥행 동력"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제공=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때문에 현재 문화 주 소비층인 MZ세대들 사이에서는 OTT 플랫폼 1~2개 이용료 쯤은 필수적인 지출로 생각한다. 서울에 사는 김민주 씨는(31.여) 집에 TV가 없다. 김 씨는 "여가 시간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와 티빙을 이용해 드라마와 영화를 시청한다. 요즘은 넷플릭스에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챙겨보고 있다. OTT에서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영화를 모두 챙겨볼 수 있고, 불필요한 장면을 스킵하며 시청 시간도 단축할 수도 있으니 TV의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김경일 씨(40.남)도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까지 총 3개의 OTT를 구독하고 있다며 "이미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작품뿐 아니라 각 OTT의 오리지널까지 볼 수 있으니 실시간 채널은 잘 챙겨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OTT의 다중구독(Multiple Subscription)은 이미 증가 추세고, 지난 2020년 업계 조사에 따르면 2023년까지 인당 2.3개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급격한 성장 시점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컸다. 외출이나 여행 등이 불가능해지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문화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OTT는 좋은 대안이 됐다. 최근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OTT 이용자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업계에선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OTT의 편리성을 경험한 만큼 주 시청 방식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해 5500억원을 한국 콘텐츠 시장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그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는 오는 2025년까지 1조원을, 티빙은 내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투자액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고,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가 먼저 각광받는 상황까지 이르며 'K-콘텐츠'라는 이름의 금빛 날개를 달게 됐다. 업계도 대중도 이젠 OTT 없인 못사는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OTT는 한국 콘텐츠를 호황기로 이끌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작품을 제작하고자 하는 수요는 넘쳐난다. 오히려 감독이나 배우 구하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제는 OTT 사업자 간의 심화된 경쟁 속에서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발전을 이끌어 내기 위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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