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금융공약 순항?…실효성은 '글쎄'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2.08.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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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금융공약 순항?…실효성은 '글쎄'


윤석열 대통령이 청년 표심을 겨냥해 내걸었던 금융 공약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관심을 끌었던 청년도약계좌는 국회가 실현 가능성 자체를 문제 삼았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80%까지 인정해주는 정책은 시행됐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16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2일 '2022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공정성, 실효성 논란을 소개했다. 청년도약계좌는 만 19~34세의 근로자 청년이 매달 70만원 한도 내에서 일정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최대 40만원을 지원해 10년 만기로 1억원을 마련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예정처는 자산이 아니라 소득을 기준으로 정부 지원금 규모가 결정되는 구조 탓에 소위 '금수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우선 지적했다. 또 청년의 경우 생애주기 특성상 결혼, 내 집 마련 등 이유로 10년 만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금리 인상기에는 일반 예·적금 금리도 충분히 높아 정책 효과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고도 했다.

특히 소요 예산과 재원 조달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정혜진 국회 예산정책처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아직까지 소요 비용 수준과 어떻게 예산을 마련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지원 대상, 심사 기준 등 청년도약계좌의 주요 요소를 심도있게 검토해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내년 중에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만큼 관계부처와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회 등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을 모두 고려해서 다양한 부처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의문 사항이 생기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올 때마다 업계에 의견을 구하고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희망적금은 청년도약계좌가 부각되면서 관련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청년희망적금은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상품으로 2년 동안 월 5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 지원금 등 월 최대 36만원을 제공받아 금리 10% 효과를 낼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은 가입 재개 여부를 주목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청년희망적금이 만기가 되면 청년도약계좌로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LTV 상한 80% 완화' 공약은 지난 1일부터 시행됐지만 시장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A은행에 따르면 1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서울, 경기 등 전국의 주요 지점에 LTV 80% 관련 문의를 한 고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당장 대출금리가 높아 주담대 수요 자체가 줄었고, 부동산 시장도 조정을 받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돼 LTV를 풀어 준 효과가 반감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7월부터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는 차주는 DSR 40%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한다는 의미다. B은행 관계자는 "인천의 한 지점에서 LTV 80%를 적용받길 원한 고객이 있었는데, DSR 규제에 걸려 실제 실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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