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장애인단체, 폭우 사망자 추모…"재난도 아래로 흘러 약한 곳 덮쳐"

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2022.08.1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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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불평등추모행동 회원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 폭우참사 희생 취약계층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16. /사진=뉴시스재난불평등추모행동 회원들이 1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불평등이 재난이다' 폭우참사 희생 취약계층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16. /사진=뉴시스


민주노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77개 시민단체가 모인 재난 불평등추모 행동(이하 추모행동)은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우로 고립돼 사망한 발달장애 가족에 대한 추모 주간을 선포했다.

앞서 수도권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물에 잠긴 신림동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여성 A씨(47)와 언니 B씨(48), 그리고 A씨의 딸(13)이 지난 9일 사망한 채 발견됐다. B씨는 발달장애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에 살던 5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C씨가 침수된 반지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추모행동 단체 회원 120여명은 국화꽃을 들고 검은색 근조 리본을 옷에 달고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폭우 참사, 불평등이 재난이다'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 등이 적힌 검은색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추모행동은 이날 △공공임대주택 확충 △발달장애인 사망에 국가와 사회의 책임 △정부와 서울시의 기후재난 참사 재발방지책 마련 등을 정부와 서울시에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권명숙 너머서울 집행위원장은 "재난의 위험은 불평등한 사회구조를 따라 아래로 흘러 약한 곳을 덮치고 있다"며 "열악한 주거환경에 사는 사회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놓인 이들이 기후재난의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고 했다.

추모행동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앞서 서울시는 20년 안으로 반지하 주택을 없애고 주거 취약 계층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거나 월세를 보조하는 '주거 바우처'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강훈 주거권네트워크 변호사는 "서울시가 밝힌 공공임대주택 23만가구 중 SH 소유가 3만9000가구, LH소유가 2만4000가구, 혼합단지 5만 5000가구로 서울시 마음대로 재건축할 수 있는 주택은 매우 적다. 주거 바우처의 경우도 최대 2년 지원하는 정책인데 그 이후로는 반지하 거주민들에게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더 근본적인 주거 대책이 필요하다. 간단하게 대책 내놓지 말고 진지하게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해 숙고하고 대책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도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대상으로 구조안전성, 방수, 단열 등 안전 진단을 꼼꼼히 하는 등의 전반적인 주거 상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며 "법으로 정하는 주택 상향 의무도 다하지 않으면서 이제 와서 주거복지 확대, 바우처 금액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고 했다.

추모 행동은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추모주간을 선포하고 서울 시의회 앞에 시민분향소 설치해 시민 조문을 받는다. 오는 23일에는 정부에 전달할 정책 요구안을 발표하는 추모주간 마감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 폭우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시민분향소가 마련되고 있다. 2022.08.16.[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 폭우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시민분향소가 마련되고 있다. 2022.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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