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바이오 유니콘 1호' 에이프로젠, 매각 추진...'5000억 유증'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2.08.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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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본계 증권사 숏리스트 압축 중, 국내외 대기업 및 제약사들 '관심'

국내 바이오 유니콘 1호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에이프로젠 (1,505원 ▼99 -6.17%)이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 유상증자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이 자금을 바탕으로 허셉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임상과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삼중 음성 유방암 치료제 등 이중항체 신약 임상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16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에이프로젠은 미국계 증권사 2곳, 일본계 증권사 1곳을 통해 국내외 대기업 및 제약사들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숏리스트(인수적격후보)를 압축한 뒤 매각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유상증자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투자 후보로는 일본 유통 대기업 및 제약사, 국내 대기업, 중국과 인도 제약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승호 에이프로젠 대표는 최근 일본 대기업과 투자 논의를 위해 두 차례 현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4월 설립된 에이프로젠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국내 3위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업체다. 지난 7월 계열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에이프로젠메디신을 흡수합병했고, 상장사 에이프로젠제약, 에이프로젠H&G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레미케이드, 허셉틴, 휴미라, 리툭산, 아바스틴, 키트루다, 스텔라라 등 7종류의 바이오시밀러와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삼중음성 유방암 항체치료제, 급성백혈병 이중항체 치료제, 대식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면역항암 융합항체 치료제 등 4종류의 바이오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에이프로젠은 지난 12일 기준 시가총액이 1조1491억원이다. 5000억원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투자자는 현 최대주주인 지베이스(2억3786만주, 30.8%), 김재섭 회장(3998만주, 5.19%)를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가 된다.

8000억 투자 에이프로젠 R&D 및 생산능력 가질 수 있는 기회…글로벌 기업 '군침'
국내외 대기업과 제약사들이 에이프로젠 투자에 관심 갖는 이유는 12년간 8000억원이 투자된 에이프로젠의 각종 R&D(연구개발) 성과물과 생산설비 등 인프라를 모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프로젠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3700억원을 투자한 cGMP(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공장을 갖고 있다. 연 3000kg의 항체의약품과 360만병의 동결건조제형 바이알, 460만병의 액상제형 바이알, 3101만개의 프리필드 시린지 완제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다.

이 공장은 동물세포 배양 방식인 연속배양(배지교환식 관류배양, Perfusion)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규모다. 경쟁사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채택한 유가식(Fed Batch) 배양방식의 30만 리터 공장과 생산능력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가식 배양방식은 배양기에서 세포를 약 2~3주 동안 키우고 정제과정을 거쳐 배양액을 한번에 뽑아낸다. 작업이 단순하고 용이하지만, 많은 양의 단백질을 동시에 생산하려면 배양기가 커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연속배양 방식은 배양기 내에서 세포를 키우면서 세포 농도가 어느 정도 높아지면 하루에 한번씩 20일에 걸쳐 배양액을 뽑아낸다. 이 방식은 유가식 배양방식과 비교해 훨씬 작은 크기의 배양기를 사용하면서 많은 배양액을 얻을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다만 연속배양 방식은 조작이 어렵고 세포 막힘 현상 등의 발생 가능성이 있어 뛰어난 운영 경험이 필요하다.

에이프로젠은 연속배양 방식에 고발현 세포주 제작기술을 적용해 생산비용이 낮은 단백질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는 국내 경쟁사의 제품과 비교해 생산단가를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이프로젠 오송 공장/사진=에이프로젠 홈페이지에이프로젠 오송 공장/사진=에이프로젠 홈페이지


에이프로젠 오송공장 소개에이프로젠 오송공장 소개
대규모 유상증자로 바이오시밀러 경쟁력↑
에이프로젠이 구주 매각이 아닌 유상증자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한 빠른 임상과 파이프라인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1년 159억 달러(약21조원)에서 2031년 1436억 달러(약188조원)로 연평균 24.7% 성장이 예상된다. 자가면역질환 및 암 환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전 세계 국가들이 바이오시밀러 사용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덕분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김재섭 박사는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메디신의 합병으로 자신의 일차적인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투입을 통한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경영권까지 내줄 수 있다고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기업 입장에서는 8000억원이 투자된 R&D, 생산능력, 공장 등을 모두 보유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일본 유통 대기업은 단기간에 바이오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에이프로젠의 연속 배양방식과 유가식 배양방식 비교에이프로젠의 연속 배양방식과 유가식 배양방식 비교
2025년 허셉틴, 휴미라 품목허가…가격 경쟁력으로 유럽 공략
에이프로젠은 레미케이드, 허셉틴, 리툭산, 휴미라, 키트루다, 아바스틴, 스텔라라 등 7종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2024년 허셉틴과 휴미라의 임상을 끝낸 뒤 2025년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은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8조원으로 추산된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건성, 크론병에 사용되며, 2021년 전 세계적으로 207억 달러(약 27조원) 가량이 팔렸다.

셀트리온을 비롯해 국내외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허셉틴과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개발,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에이프로젠은 2025년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유럽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는 유럽 국가의 81%가 국가입찰시스템을 사용해 가장 낮은 가격의 의약품을 선정한 뒤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에이프로젠은 고발현 세포주, 연속배양 방식을 통해 국내외 바이오시밀러 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가격에 의약품 생산이 가능하다고 자신한다"며 "지난해 글로벌 사모펀드와 투자유치 논의 과정에서 기술력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유럽 시장은 바이오시밀러 도입이 확대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이 인하되고 있고, 향후 가격경쟁이 더 가속화 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누가 얼만큼 싸게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한 만큼, 에이프로젠의 개발, 생산능력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프로젠은 신약 파이프라인 가운데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와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 임상 1상도 시작할 예정이다.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는 원숭이 120마리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에이프로젠 관계자는 5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한 경영권 매각에 대해 "현재 대규모 투자유치를 위해 협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금액과 투자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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