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15일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10년간 약 7400억달러를 조달하고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달러(482조원)를 투자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하 인플레 감축법)'이 하원을 통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만을 남겨뒀다.
문제는 해당 법안의 보다 세부적인 조건들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인플레 감축법은 단순히 '미국에서 제조되는 배터리'라는 조건을 내세웠을 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과 주요 광물의 산지에 대해서도 제한을 뒀다.
예를 들어 주요 광물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된 광물 원료의 비율 또는 북미 지역에서 재활용된 광물 원료의 비율이 2023년까지 40%를 충족해야 한다. 이후 1년마다 10%씩 상향해 2027년 이후 차량은 80% 요건을 맞춰야 한다.
또 한 요건인 배터리 부품에 대해서는 해당 부품이 북미 지역에서 조립 혹은 제조돼야 하는데 2023년까지 총 가치의 50%, 2024~2025년 60%, 2029년 100%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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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글로벌 배터리 4대 소재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절대적이었다. 양극재 57.8%, 음극재 66.4%, 분리막 54.6%, 전해액 71.7%가 중국산이었다.
광물 시장으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삼성증권이 인용한 2022년 주요 광물 자원 보고서(MCS2022)에 따르면 흑연 생산 점유율의 82%, 정제 점유율의 100%를 중국이 차지했다.
또한 업계에 따르면 현재 주요 배터리 광물 산지로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이 꼽히는데 이 가운데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는 광물자원이 풍부하지만 미국과 FTA협정이 맺어져 있지 않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생태보호 등을 이유로 현재는 미국 내에서조차 광물 채굴 사업이 제한된 곳들이 많다"며 "이같은 법안 조건을 내세우려면 미국 내 광물에 접근권을 더 넓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처럼 구체적인 요건이 알려지면서 현지 언론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업계 임원들은 자동차 회사들이 그들의 제품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공급망을 개편하는 데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며 "이번 정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과 동시에 전기차를 더 저렴하게 만드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다"고 지적했다. 완성차 단계에서 전기차 대중화가 늦어지면 결과적으로 배터리사에도 좋지 못하다.
한편 사정이 이러하자 국내 정부는 업계 우려 및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 11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배터리 3사 및 현대차 관계자 등과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계 우려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전달했다"며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우리나라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이 법 본격 시행 전에 마련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 우리 업계 우려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 구체적 시행연도 뿐 아니라 시행일자, 요구 비율은 세부 부품별로 적용이 되는지, 부품 총 합계에 대해 적용이 되는지 여부 등 따져봐야 할 변수도 아직 많다는 설명이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특정 중국 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할지, 아니면 중국 기업이라 하더라도 미국 내 생산공장을 갖추고 있으면 괜찮은지에 따라 업계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아직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만큼 단순히 K-배터리에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