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리면 뜬다" 쓰레기 속 뛰어든 스타트업, VC도 반했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2.08.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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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올림픽 수영장 6200개 분량의 폐기물 처리하는 혁신기술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사진=뉴스1/사진=뉴스1


"잘 버리면 뜬다" 쓰레기 속 뛰어든 스타트업, VC도 반했다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하루에 얼마나 될까. 2020년 기준 한 사람이 배출하는 폐기물은 일평균 790g, 얼마 안 된다. 그러나 79억 전 세계 인구가 365일 이렇게 폐기물을 쏟아내면 어떻게 될까.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폐기물 배출량은 22억4000만톤이다. 올림픽 수영장 6200개를 꽉 채우고 남는 양이다. 산업구조 고도화와 인구 증가에 따라 폐기물 배출량은 2050년 38억80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이곳저곳 '쓰레기산' 수십 개가 생기는 셈이다.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외치며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폐기물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하느냐도 중요하다. 혁신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폐기물 처리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다.



국내 폐기물 사업자 10곳 중 7곳은 영세업체…불법폐기 우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스마트 폐기물 처리 시장은 2020년 17억7000만달러(약 2조3081억원)에서 2026년 65억2000만달러로 연평균 25.68%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늘어나는 폐기물 만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폐기물 처리 산업은 각종 폐기물을 △수집·운반 △재활용 △소각 △매립하는 산업을 뜻한다. 이 산업은 다른 산업과 차별화되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폐기물 처리에 대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에 실적 변동성이 크지 않다. 둘째 정부가 엄격히 관리하는 허가 산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 마지막으로 환경 규제와 지역 이기주의로 처리단가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내 폐기물 처리 산업은 북미와 유럽 등 여타 선진국과 비교해 자동화, 첨단화에 뒤처져 있다. 민간 주도로 성장한 이들 선진국 폐기물 처리 산업과 달리 한국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중심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폐기물 처리 기업들이 자동화, 첨단화를 통해 대형화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 폐기물 산업은 영세업체만 난립하고 있다.


실제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20년 폐기물 처리 업체 수는 6535개다. 이중 74.4%인 4860개 업체가 종업원 수 10인 이하 영세업체다. 이 때문에 대부분 업체들은 폐기물 처리 과정을 제대로 추적하지 않거나 데이터 집계에 소홀하다. 불법 폐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폐기물 처리 업체 관계자는 "2020년 폐기물관리법 개정안 시행으로 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을 처리 업체만이 아닌 배출자에게도 물게 됐다"며 "확실하고 안전한 폐기물 처리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폐기물 처리 인프라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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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술로 더 싸고 더 정확하게 진화하는 폐기물 처리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업계를 중심으로 혁신기술을 활용한 폐기물 처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리코가 대표적이다. 리코는 2020년 폐기물 관리 플랫폼 '업박스'를 론칭했다. 업박스의 가장 큰 특징은 정확성과 투명성이다. 업박스를 이용하는 기업과 사업주들은 자신들이 배출한 폐기물량과 탄소배출량, 재활용 결과 등 다양한 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폐기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폐기를 근절하기 위해 위성항법시스템(GPS)가 장착된 전용 차량으로 폐기물을 수거 운반한다. 업박스 이용자들은 자신이 배출한 폐기물들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어디서 배출됐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폐기물량 측정으로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리코는 자체 제작한 전용 용기를 통해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한다. 리코 관계자는 "정확한 물량 측정 없이 단순히 통 단위로 거래했던 기존 폐기물 처리 방식과 비교해 15%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리코의 통합 자원 관리 서비스 소개 /사진제공=리코리코의 통합 자원 관리 서비스 소개 /사진제공=리코
리코가 B2B(기업 간 거래)에 초점을 맞췄다면 어글리랩은 B2C(기업과 고객 간 거래)에 초점을 맞췄다. 어글리랩은 폐기물 수거 서비스 '오늘수거'를 운영 중이다. 세척이나 분리가 어려운 배달 음식 쓰레기부터 재활용 쓰레기까지 가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어글리랩이 제공하는 웰컴키드에 담아 문 앞에 두기만 하면 된다. 이후 어글리랩에서 일괄 수거 처리한다.

오이스터에이블은 재활용 배출 솔루션에 초점을 맞췄다. 오이스터에이블이 제공하는 '오늘의 분리수거' 서비스는 지정 배출함에 페트병, 캔, 우유팩 등을 분리 배출하면 1개당 일정 포인트를 주는 방식이다. 지급된 포인트가 쌓이면 자체 플랫폼인 '오분쇼핑'에서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450대였던 배출함을 올해는 1만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오이스터에이블의 '오늘의 분리수거' 배출함 /사진제공=오이스터에이블오이스터에이블의 '오늘의 분리수거' 배출함 /사진제공=오이스터에이블
코앞으로 다가온 VC업계 ESG 투자…폐기물 처리 관심↑
(서울=뉴스1) =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13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1에서 열린 'ESG 벤처투자 환경 조성 및 확산 정책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2.7.13/뉴스1  (서울=뉴스1) =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13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 S1에서 열린 'ESG 벤처투자 환경 조성 및 확산 정책 세미나'에서 축사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2.7.13/뉴스1
혁신기술을 통한 성장 기대감이 높은 만큼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도 이어진다. 리코는 지난해 말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같은해 3월 35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9개월만에 후속 투자유치다. GS (42,200원 ▼150 -0.35%),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어글리랩도 올해 초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9월에는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메쉬업엔젤스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았다.

리코 투자를 리드한 D3쥬빌리파트너스의 김영경 상무는 "업박스라는 특별한 솔루션을 통해 직접 폐기물 수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전통적인 폐기물 업계에 디지털 전환을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이를 통해 불법 폐기물 예방 뿐 아니라 고객사의 폐기물 관리 체계 수립 기여 및 순환 경제 촉진이라는 임팩트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라고 말했다.

최근 VC업계 내 강화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움직임은 폐기물 처리 산업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인다. 지난달 초 중기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KVIC)은 벤처투자 시장에 적용할 ESG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VC의 ESG 투자심의기구 설치, 투자기업 발굴·심사 시 ESG기준 적용 등을 의무화했다. 특히 발굴·심사 단계에서는 ESG 가치에 반하는 기업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했다. 이같은 가이드라인은 하반기 KVIC이 조성할 167억원 규모의 ESG 전용 펀드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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