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하남시에 거주하는 50대 A씨는 최근 20대인 아들과의 유전자 검사 결과, 자신과는 일치하지만 남편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아들은 시험관 시술을 통해 어렵게 얻은 아이였다. 믿고 싶지 않은 사실에 두 번 더 검사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힘겹게 얻은 아들을 애지중지 키우던 A씨는 몇 년 뒤 한 소아청소년과에서 아이 혈액형을 듣고 깜짝 놀랐다. A씨 부부는 B형이었는데 아들이 A형이었기 때문이다. 부부에게서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이었다.
A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았다"며 "당시 너무 놀랐지만 의사가 그렇다고 하니 그 말을 믿었다. 아이가 절실했기 때문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친절했던 의사…시험관 시술 물어보자 '연락 두절'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는 성인이 됐다. A씨는 이제 아들에게 왜 부모와 혈액형이 다른지 설명해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난해 해당 병원에 이와 관련된 자료 제공을 요청했다.
당시 시험관 시술했던 의사는 이미 퇴직한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 업무를 보고 있는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야길 들은 의사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당시 시술을 맡았던 의사와 직접 연락해 답을 듣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퇴직한 의사에게 연락을 했다. 하지만 메시지만 읽고 답은 없었다.
A씨는 "몇 년 전 퇴직하면서 선교활동 한다고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했었다"며 "(선교활동으로) 외국에 있어 답이 느린 거라 생각했지만 메시지를 보내도 확인하지 않고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에 주의 사항을 알려주기도 했는데 시험관 시술에 관해 묻자 연락이 완전히 두절됐다"고 토로했다.
병원 "퇴직한 의사라 우리랑 상관없어"…선 긋기

이에 A씨가 "병원을 믿고 가서 그 의사를 만난 것이지 그 의사를 보고 병원에 간 것이 아니지 않냐"며 병원 측에 항의를 해봤지만 같은 답만 되돌아왔다고 한다.
어디서도 아들 혈액형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A씨는 지난달 말 결국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신과는 일치하지만 아이 아빠와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답이 나왔다. 시험관 시술에서 정자가 뒤바뀌었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이다.
A씨는 "법적인 다툼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시험관 시술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며 "억울하고 속상한 건 자신인데 병원은 나를 악성 민원인으로 여긴다"고 토로했다.
해당 병원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당시 담당 교수가 연구원과 같이 진행했던 건으로 추정되지만 굉장히 오래전 일이라 병원에 남아 있는 기록이 전혀 없다"며 "따로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당시 근무했던 의사와 A씨가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했지만 연락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