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경영' 안통한다…전략 수정 나선 e커머스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2.08.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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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경영' 안통한다…전략 수정 나선 e커머스


'계획된 적자'로 수직 성장해 온 쿠팡을 좇아 덩치 키우기에 집중했던 e커머스 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복합 위기를 앞둔 상황에서 내실 다지기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물류센터 건설을 늦추는 등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마케팅을 줄이며 수익 개선에 집중하고 잇는 것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하반기 수익성 개선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온라인 사업에서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물류 투자 속도를 늦추고 마케팅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반적으로 축소한다. 2분기 SSG닷컴 영업적자가 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53% 늘어난데다 오픈마켓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 경영을 해 왔던 G마켓 글로벌도 182억원의 적자를 나타낸 데 따른 것이다.



우선 이마트 매장에 온라인 배송 업무를 할 수 있는 PP(피킹앤패킹)센터를 통폐합한다. 중소형 PP센터 18개를 없애고 자동화율이 높은 대형 PP센터로 업무를 이관한다. 대형PP센터 설립 계획도 당초 24개점을 추가할 예정이었지만 12개점으로 줄인다. 연내 지역 대형물류센터 2곳을 설립하려던 계획도 접었다. 내년 상반기에 1곳만 추가한다.

마케팅 전략은 유료멤버십 중심으로 펼친다. 기존에는 쿠폰, 할인 등 프로모션 중심이었다면 향후에는 멤버십 고객에 대한 적립 위조로 방향을 잡았다. 로열티가 높고 인당 구매액이 큰 멤버십 고객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전략을 수정한 것"이라며 "상품 경쟁력, 고객 경험 등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도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 롯데온도 '성장'에서 '수익'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GS홈쇼핑 합병 이후 디지털 전환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퀵커머스 등 신규 사업을 확대해 온 기조를 바꾸기로 했다. 쌓여가는 적자에 실적부진이 이어진 결과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새벽배송, 전국 택배 사업 등에서 철수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GS리테일은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 하반기 디지털, 온라인 손익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롯데온도 최근 비용이 많이 드는 '새벽배송'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물류 효율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온라인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무리한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온라인 쇼핑 시장은 11.1% 성장했다. 지난해 성장률 21%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올 한해 10.9% 성장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반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쿠팡에 대응해 물류 인프라, 마케팅 투자를 감행해 온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점유율을 올리지 못하는 등 투자에 비해 성과를 내지 못해 왔다. '밑빠진 독 물붓기'란 평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며 "하반기 이후에는 사업 구조조정 등 더 큰 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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