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프레이’는 제목부터 기존 ‘프레데터’ 시리즈와 차별화를 선언한다. ‘사냥감’을 뜻하는 ‘프레이’는 ‘프레데터’ 시리즈의 기본 구도 ‘사냥꾼(프레데터) 대 사냥감(주인공)’에서 사냥감을 전면에 내세운다.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하는 ‘프레이’는 네 편의 전작 중에서 1,2편의 성격에 가깝다. 1편이 1987년 남미 정글에서 벌어지는 프레데터와 특수부대 출신 소령, 2편이 1997년 LA에서 벌어지는 프레데터와 강력계 형사의 대결이었다면, ‘프레이’는 1719년 미북부 대평원에서 프레데터와 코만치족 소녀가 맞붙는다. ‘프레이’ 홍보 포스터에서 프레데터 대신 강한 분장을 한 소녀의 얼굴이 등장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작들이 사냥꾼과 사냥감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면, ‘프레이’는 아메리칸 원주민 소녀가 진정한 사냥꾼으로 거듭나는 과정에 중점을 둔다. 그러면서 ‘사냥꾼 대 사냥감’의 위치가 뒤바뀌고, 제목 ‘프레이’가 프레데터가 되는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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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더터’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영화인만큼 이전 시리즈와 연관성도 놓치지 않는다. 나루가 프레데터를 죽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자, 나루의 오빠가 던지는 대사 “피를 흘리는 거라면 죽일 수 있다”는 ‘프레데터’ 1편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던진 시리즈의 명대사다. 백인 사냥꾼 라파엘이 나루에게 총 쏘는 법을 알려주는 장면에 등장하는 총은 ‘프레데터 2’ 마지막 장면에서 대장 격인 프레데터가 강력계 형사(대니 글로버)에게 선물처럼 건넸던 총과 같은 설정이다. 나루가 부족장에게 이 총을 전달할 때 총에 새겨진 ‘라파엘 아돌리니 1715’라는 글자가 화면에 잡힌다. 이 총이 나중에 어떻게 프레데터 수중에 들어가게 되는지 궁금증을 자극하며 시리즈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프레데터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는 법칙, 프레데터가 노리는 사냥감엔 어김없이 빨간색 삼각 조준점이 찍힌다는 설정도 그대로다.
이번 ‘프레데터’ 시리즈의 새로움은 캐릭터에서 나온다. 주인공 나루는 코만치어로 ‘싸움’이라는 의미를 가진 캐릭터다. 나루는 영웅이 되는 부족의 통과의례 ‘커타미아’를 치를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 도끼와 활을 잘 다루지만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생전 처음 보는 외계 포식자를 쓰러뜨려야 하는 운명을 맞는다. 나루는 나이만 어릴 뿐 지혜롭고 강인하다. 프레데터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리고 대처하는 지략가다. 영화는 나루의 ‘커타미아 성공기’를 생존 스릴러로 그린다. 사랑, 낭만이 끼어들 틈이 없다. 오직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나루가 고난을 겪고 전사로 거듭나는 서사는 진취적인 ‘디즈니 프린세스 스토리’와 겹쳐지기도 한다. 나루를 연기한 엠버 미드선더는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2016), ‘아이스 로드’(2021), 슈퍼히어로 시리 ‘리전’(2017~2019), 외계인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시리즈 ‘로즈웰, 뉴 멕시코’(2019~2022)에 출연한 아역 출신 배우로 ‘프레이’에선 아메리카 원주민 전사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연기로 스타 탄생을 예고한다. 극을 장악하는 능력도 뛰어날뿐더러 날렵한 액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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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는 캐나다 캘거리 지역에서 4개월에 거쳐 촬영했다. 자연광 촬영을 고수한 덕분에 프레데터라는 캐릭터의 원시성과 극의 사실성이 극대화된 효과를 발휘한다. 영화에 담긴 대자연의 풍광을 보면 영화관에서 관람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절로 든다. 유려한 촬영을 좀 더 만끽하려면 스마트폰 화면보다 큰 화면으로 보기를 권한다. 프레데터가 등장할 때마다 나오는 특유의 소리나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사운드도 압권이어서 관람 시 사운드 조율도 필수다.
이제 여름엔 호러, 스릴러 영화라는 공식도 깨지고, 8월 극장가에 걸린 블록버스터 영화들 사이에서도 SF 액션 스릴러를 찾아볼 수 없기에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프레이’야말로 아쉬움을 달래기에 적격이다. ‘프레데터’ 시리즈는 디즈니 플러스에 전작이 올라와 있다. 1, 2편을 먼저 보고 ‘프레이’를 연이어 감상해도 올여름 무더위를 잊기에 좋을 듯하다. 고어 액션의 수위를 화끈하게 높여 등급은 18세 관람가이고, 군더더기 없는 러닝타임 99분도 ‘프레이’의 미덕이다. 32년 만에 납득할 만한 속편을 완성한 ‘프레데터’ 시리즈의 귀환을 열렬히 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