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레버리지 특성상 증시가 반등할 때 주가 회복 속도는 빠르지만 증시가 전 고점을 회복하더라도 ETF는 여전히 손실이 상당하다. 증시 전망도 엇갈린다. 증시 회복이 더딜수록 3배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 가능성은 더 멀어진다.
이 ETF는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로 구성된 'ICE 반도체 지수'의 일일 수익률의 3배만큼 움직이는 상품이다. 티커는 SOXL로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일명 '속슬'로도 불린다.
서학개미들이 SOXL을 본격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한건 주가 상승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쯤부터다. 주가는 10월초 40달러에서 그 해 말에는 68달러까지 올랐다.
문제는 그때부터다.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해 12월부터 서학개미들은 SOXL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했다. SOXL 순매수 금액은 지난해 12월 5029만달러에서 △올해 1월 3억3878만달러 △2월 1억7961만달러 △3월 4277만달러 △4월 6억4188만달러 △5월 6864만달러 △6월 4742만달러 △7월 3453만달러로 순매수를 이어갔다. 이 기간 SOXL주가는 약 85%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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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하면서 SOXL도 저점 대비 2배 가량 올랐지만 대부분 서학개미들은 여전히 손실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순매수가 가장 많았던 지난 4월 평균 주가(약 28달러)를 감안해도 약 30% 손실이다.
지난해말이나 올해 초 진입한 투자자라면 손실을 모두 복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3배 레버리지는 일일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지수 낙폭이 크거나 횡보세가 오래 지속되면 손실을 회복하기가 더 힘들어진다.
SOXL의 기초지수인 ICE 반도체 지수는 최근 한 달 간 약 22.4% 반등하면서 전고점 대비 77% 수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SOXL은 최근 2배가 올랐음에도 고점 대비로는 28%밖에 안된다. 여전히 70% 손실이라는 의미다. 기초지수가 전고점을 회복하더라도 SOXL은 약 30% 가량 손실 상태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3배 레버리지도 마찬가지다. 서학개미들이 집중 매수한 3배 레버리지 중 대표적인 상품이 나스닥100 지수를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 일명 TQQQ다. TQQQ 역시 지난 6월 저점 대비 60% 가량 반등했지만 고점 대비로는 여전히 60% 손실이다.
TQQQ는 국내 투자자들이 여섯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이다. 지난 5일 기준 총 보유금액은 21억9339만달러다. 최근 반등에도 불구하고 TQQQ 투자자 대부분은 손실 구간이다.
티커 'NRGU'로 일명 '너구리'로 불리는 '마이크로섹터 유에스 빅 오일 인덱스 3× 레버리지'(MicroSectors™ U.S. Big Oil Index 3X Leveraged) ETN은 미국 주요 에너지기업 주가의 3배만큼 움직이는 상품이다. NRGU도 지난달 저점보다 27% 반등했지만 고점 대비로는 56% 손실이다.
3배 레버리지가 본전을 회복하려면 증시는 더 강하게 반등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 하락을 유발한 요인들이 대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지만 당분간 대세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시각이 상당하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지만 주가는 오르는 중"이라며 "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따져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과거 기업 이익 하향에도 주가가 올랐던 사례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완화적 정책이 있었다는 것이다.
안 연구원은 "최근 에너지와 곡물 가격 안정에도 올해와 내년 연간 물가 상승률 전망은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인플레이션 대응에 우선순위를 둔다는 연준의 입장도 당장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업황은 지금이 바닥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젤로 지노(Angelo Zino) CFRA 리서치 연구원은 이티에프닷컴(ETF.com)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반도체 업황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뚜렷하고 길다"며 "주식 시장이 내년 위험까지 상당부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은 본질적으로 가장 미래 지향적인 산업 중 하나"라며 "데이터센터, 자동차, 산업용 등 반도체 수요는 향후 10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침체는 내년 상반기 바닥을 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