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2월 발행한 200억원 CB는 주가 하락에 따라 2021년 3월 한 주당 전환가액을 조정 가능한 최저가격인 11만9807원으로 낮췄다. 전환가액과 현재 주가 간 괴리가 상당하다. 투자자는 이자도 없는(이자율 0%) 이 CB를 계속 보유할 이유가 있을까.
제넥신 사례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신약 개발 바이오 중에서 재무구조가 나쁘지 않아서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362억원, 부채비율은 23.7%다. CB 투자자도 유한양행으로 소규모 VC나 자산운용사보다 자금 여력이 있다. 제넥신이 연구 성과 등으로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면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제넥신처럼 어서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원금 상환 압박에 노출될 바이오가 적지 않다. 이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다수 바이오가 CB 현금 상환을 실시했다.

한 예로 EDGC (400원 ▼11 -2.68%)의 경우 2020년 11월 600억원 규모 CB를 일반공모로 발행했다.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1%다. 당시 책정한 한 주당 전환가액은 1만3000원.
하지만 이후 주가 하락으로 전환가액을 최저 한도인 5469원(무상증자 반영)으로 낮췄다. 하지만 주가는 더 떨어졌고 꾸준히 전환가액을 한참 밑돌았다. 결국 조기상환 가능 첫날인 2021년 11월 2일 EDGC는 해당 CB 약 373억원(이자 포함)어치를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으로 취득했다. ECGC는 올해도 수차례 채권자 요구에 따라 CB 만기 전 취득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EDGC는 채무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수백억원 규모 CB를 발행했고, 해당 CB 역시 이미 조정한 전환가액이 현재주가보다 높다. 만약 계속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조기상환청구 가능 기간이 도래했을 때 또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EDGC는 최근 자금조달 문제 등을 놓고 경영진과 이사진이 내홍을 겪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보유 현금이 없는 바이오는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통해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최근 시장 환경이 녹록지 않다. 바이오 침체가 길어지면서 새로 투자하겠단 투자자를 찾기 힘들다. 업계에선 "바이오 투자를 하겠단 기관이 아예 없다"고 하소연한다.
익명을 요구한 바이오 기업 대표는 "지속된 주가 하락으로 내년부터 대규모 CB 상환 위기에 처한 바이오가 주변에도 많다"며 "그때까지 어떻게든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법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 바이오는 주가 회복을 위해 보다 활발한 IR(투자자 관계)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연구개발뿐 아니라 시장·주주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