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투자증권, 80년만의 폭우에 사옥 '물바다'…HTS·홈페이지 '먹통'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8.09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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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 HTS·MTS와 홈페이지까지 '먹통'...기계실 전원공급 중단 파장

지난 8일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 5층에서 빗물이 누수되고 있다/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8일 한국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본사 5층에서 빗물이 누수되고 있다/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옥이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에 침수됐다. 동시에 중앙감시실의 전력 공급이 마비되며 주식 거래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8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시간당 100mm에 달하는 폭우에 6층 정원으로부터 대규모 누수가 발생하며 5층 사무실이 물바다가 됐다. 천장에서 쏟아진 빗물에 5층에 위치한 대체투자 1,2,3부 등이 물에 잠겼다.



한투증권 5층에는 대체투자부를 비롯해 부동산금융부, 연금운영부, 프로젝트 파이낸스부 등이 있다. 5층에서 쏟아진 빗물이 3,4층까지 흘러내렸고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은 쓰레기통 등을 이용해 빗물을 받아내고 비닐로 사무집기를 덮으며 9일 새벽까지 침수된 사무실을 청소했다.

한국투자증권 건물 전체 전력을 관리하는 중앙감시실 등이 위치한 지하층에서도 외벽 누수가 발생했다. 한투 본사 사옥은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기 전에도 비가 오는 날이면 지하 외벽 누수가 발생하곤 했다.



폭우 직후 발생한 전력 공급장애로 전일 오후 4시부터 한국투자증권은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비롯해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업계에 따르면 전산기계실 전원에 합선(쇼트)가 발생하면서 서버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원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예비전력이 즉시 가동되지만 이날은 예비전력 발전기마저 합선되며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 전력과 예비전력이 모두 마비된 경우 최후의 보루인 UPS(Uninterrupted Power Supply, 무정전 전원 공급)가 작동한다. 그러나 UPS는 최후의 비상전력으로 구동시간이 길어야 몇 시간에 불과해 빠른 복구를 진행해야 한다.
9일 새벽 한국투자증권 총무실 직원들이 중앙감시실로 거대한 케이블을 연결하고 있다9일 새벽 한국투자증권 총무실 직원들이 중앙감시실로 거대한 케이블을 연결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8일 오후 4시쯤 본사 전산기계실 전원공급 불안정 문제가 발생해 주요 시스템 긴급 점검을 진행했다"며 "이에 (밤 시간대) 해외주식 거래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폭우로 서버에 누전이 발생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전력 문제는 폭우와 무관하다. 합선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긴급점검 관련 발생한 재산상의 피해는 관련 규정에 의거, 신속히 처리해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폭우로 인해 사옥이 침수된 한국투자증권 직원들은 9일 새벽까지 회사에 남아 복구작업에 투입됐다. 총무팀 직원들은 지하 1층에 위치한 중앙감시실에 대규모 케이블을 동원하며 전력 공급 복구에 총력을 다했다. 아울러 밤새 침수된 사무실 물바다를 해결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다.
9일 새벽 한국투자증권 지하 3층 주차장 깨진 외벽에 기계장치가 드러나있다. 누수된 빗물을 닦기 위한 걸레가 널려있다. 전일 한국투자증권은 본사 시스템 전원장치 합선으로 MTS, HTS 홈페이지 등이 마비됐다./사진=오정은 기자 9일 새벽 한국투자증권 지하 3층 주차장 깨진 외벽에 기계장치가 드러나있다. 누수된 빗물을 닦기 위한 걸레가 널려있다. 전일 한국투자증권은 본사 시스템 전원장치 합선으로 MTS, HTS 홈페이지 등이 마비됐다./사진=오정은 기자
한편 한투증권의 HTS와 MTS가 마비된 상황에서 고객들은 이같은 상황을 설명하는 공지 문자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력 공급이 끊기자 한투 측은 고객 정보를 파악해 문자를 전송하는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

다급해진 한투증권은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긴급 공지'를 올렸다. 한투 측은 유튜브를 통해 "전원공급 문제로 시스템 접속이 불가한 상태"라며 "8일 미국 정규시장 주문 수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음을 안내드린다"고 했다.

전일 오후 4시부터 먹통이 됐던 한국투자증권 홈페이지와 MTS 등은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접속이 가능해진 상태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본사 건물은 원래 호텔 용도로 지어진 건물로 1993년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한국투자신탁이 입주하면서 본사 사옥이 됐다. 1993년 사용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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