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냐, 미국이냐" 샌드위치된 韓 반도체...6만전자 어디로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칩4' 가입은 불가피하다"는 소식에 전해지자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하락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동맹 소용돌이 속에 한국 반도체 업종이 애매한 샌드위치가 된 모양새다.

칩4(미국·한국·일본·대만)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한국, 일본, 대만 4개국이 중국을 배제하고 안정적인 반도체 생산·공급망 형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반도체 동맹이다.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목적이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는 전일대비 700원(1.14%) 하락한 6만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SK하이닉스 도 2.23% 내리며 9만6300원에 마쳤다.

"칩4, 제2의 사드 되려나" 전문가들 "中 직접적 보복 가능성 높지 않다"

중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낸드 캐파(생산설비투자) 38%가, SK하이닉스의 D램 캐파의 44%가 중국에 위치해있다. 이 때문에 칩4 가입시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되고 한국 메모리 업체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한국이 칩4에 가입한다해도 중국이 韓 반도체 업계에 직접적 보복을 가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시장점유율 1,2,3위로 삼분해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치열한 기술 경쟁 끝에 이뤄낸 기술적 입지를 다지며 글로벌 D램 시장을 사실상 과점 상태로 만들었다. 이는 바이든이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칩4를 꺼낸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김장열 상상인증권 상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빼면 마이크론이 남는데 미국 회사인 마이크론이 중국을 위해 공급량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소규모 D램 생산업체 난야도 대만 업체로 중국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보복을 한다면 오히려 중국 IT 생산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중국 대응에 대한 여러 가능성과 우려가 제기되지만 결국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중국이 한국의 반도체 업종 외 다른 부분에 보복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삼성電·하이닉스 셈법 '복잡'

지난 7월29일 미 하원은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키며 칩4동맹 포석을 마련했다. 미국 반도체 공장 건립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하고 25% 세액공제를 제공한다는 골자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에도 미국 현지 Fab(대규모 반도체 생산 라인) 투자 경제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미국 Fab 제조원가는 한국과 대만 대비 약 50% 높고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했다. 즉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수익성 확보는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법안의 목적이 사실상 미국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및 중국 견제인 것을 감안하면 지원정책에는 추가적인 규제 정책이 따를 것"이라며 "칩4 동맹 가입시 거대수요처 중국과 마찰 불가피할 것이며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김동원 KB증권 상무는 "미국 반도체지원법과 칩4동맹은 향후 10년간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국 투자 제한 내용이 포함돼 중국 견제 목적이 크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현실과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셈법이 복잡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칩4 동맹의 경우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업체에 중국 내 반도체 신규증설에 대한 물량을 보장해주거나, 가입 유예조치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주식시장에는 칩4 불똥이 중국 소비재 업종에 튀었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한한령(중국 내 한류 금지령)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칩4 유탄에 줄줄이 하락했다.

중국에 수출하는 대표 소비재 업종인 화장품주가 일제히 밀렸다. 아모레퍼시픽 이 2.71% 하락했고 토니모리 -2.91% 제이준코스메틱 -3.46% 내리는 등도 낙폭이 컸다. 중국에서 인기많은 MLB 브랜드 의류를 수출하는 F&F 도 2.24%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