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시총 1조 포기하나…빨간불에 상장 '직진' or '스톱'?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2.08.0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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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수요예측 부진…공모가 하향조정 불가피

쏘카, 시총 1조 포기하나…빨간불에 상장 '직진' or '스톱'?


국내 모빌리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했던 쏘카 비상장 (44,000원 0.00%)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으로 기관 수요예측 흥행에 사실상 실패한 것이다. 우리사주 청약율도 1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쏘카는 "상장 적기를 저울질하기보단 공모자금으로 멀리갈 기회를 만들기로 했다"고 자신한 만큼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강행할지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00대 1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예측 흥행 시 경쟁률은 통상 1000대 1을 넘는다. 기관 대부분이 주당 공모희망가(3만4000~4만5000원) 최하단이나 그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하단 기준으로 공모예정금액은 1547억원, 시가총액은 1조2060억원이다. 쏘카가 공모가를 낮출 경우 시총 1조원도 위태롭다.

일각에선 쏘카가 공모 물량을 줄이고 공모가도 낮춰 상장을 강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쏘카는 올해 3월 롯데렌탈 투자 유치당시 주당가격(4만5170원)보다 공모 희망가를 낮췄다. 그만큼 상장 의지가 강한 셈이다. 공모가 할인율도 일반적인 수준(20~30%)보다 높은 33.9~50%를 적용했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지난 IPO 기자간담회에서 "증시가 좋아지길 기다리기보단 공모자금으로 M&A(인수·합병), 신사업, 기술 투자를 통해 멀리 갈 기회를 만드는 게 낫다"며 "상장철회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무적투자자(FI)가 공모가 재조정에 반대할 경우 SK쉴더스·원스토어 비상장 (5,000원 0.00%)처럼 상장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쏘카 관계자는 "주관사와 논의해 9일 공모가를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1위 롯데렌탈도 주가 죽쑤는데…'적자 쏘카' 우려↑
쏘카, 시총 1조 포기하나…빨간불에 상장 '직진' or '스톱'?
공모가 고평가 논란 속 "렌터카 사업과 다르다"는 쏘카의 주장이 시장의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쏘카는 공모가 산정 시 국내 렌터카업체는 제외하고 우버·리프트·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위주로 비교군을 선정해 기업가치를 부풀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쏘카는 렌터카와 사업모델이 다르고 해외 모빌리티업체 대비 연간 흑자전환이 임박한 점을 강조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8월 상장한 렌털업계 1위 롯데렌털이 상장 첫째 날부터 공모가를 밑돈 후 현재까지 한 번도 공모가를 넘지 못한 점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8일 롯데렌탈 종가는 공모가(5만9000원)보다 낮은 3만 7700원이다. 롯데렌털 시가총액은 1조3811억원으로, 쏘카 공모 희망가 최상단 기준 시총 1조5943억보다 낮다.


더욱이 쏘카는 2분기 연결 영업이익(14억원)이 흑자 전환했지만, 별도 기준으론 여전히 10억원 영업적자다. 에스카·나인투원 등 자회사의 실적개선으로 흑자 전환한 만큼, 매출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쏘카 수익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쏘카처럼 슈퍼앱으로 도약 중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연결기준 126억원, 별도 9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성장주도 수익성이 중요해졌다. 적자인 쏘카가 업계 1위인 롯데렌탈보다 시총이 높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것"이라며 "롯데렌탈의 주가 부진으로 기관이 크게 손실을 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쏘카는 우리사주조합 청약률도 17%에 그쳤다. 우리사주조합으로 배정된 91만주 중 약 16만주만 청약 신청이 들어온 것이다. 카카오페이 (38,500원 ▼400 -1.03%)·카카오뱅크 (27,550원 ▼550 -1.96%)·크래프톤 (247,000원 ▼3,000 -1.20%) 등 최근 우리사주 투자 실패 사례가 이어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쏘카 관계자는 "임직원 평균연령이 33세로 젊은 편이다 보니 대출금리 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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