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이번에도 우르르…유가 떨어지자 '원유 곱버스' 몰려갔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2.08.0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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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이번에도 우르르…유가 떨어지자 '원유 곱버스' 몰려갔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으로 수익을 얻는 상품에 뭉칫돈을 넣고 있다. 유가가 계속 떨어지길 바라는 분위기지만 한편에선 추가 하락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보다 2.12달러 하락한 배럴당 88.54달러를 기록했다. 90달러를 하회한 건 지난 2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유가가 하락한 건 정유제품 소비 감소가 계속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원유는 그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의 도화선이 됐다. 하지만 현재는 전쟁 장기화, 금리인상 기조로 수요가 줄어 유가가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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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가격은 지난 6월 배럴당 120달러 선을 웃돌았지만 이후 하락세다. 경기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강세 요인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8일 배럴당 122.11달러 이후 지난 4일까지 약 27.49% 떨어졌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에 역으로 베팅하는 '인버스', 2배 역추종하는 '곱버스' 상품에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린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7개의 원유 인버스, 곱버스 상품들의 총 거래대금은 올해 1월3일 25억8200만원이었으나 8월5일 674억9000만원으로 증가했다. 규모가 약 26.14배 커졌다.



그 중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지난 5일 하루 동안 217억5900만원 거래됐고 올해 거래대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이날 이 상품은 전 거래일 보다 5원(3.85%) 상승한 135원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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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원유 수요는 더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하반기 글로벌 원유시장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3분기 전망치를 하루당 60만배럴 내린 9940만배럴, 4분기는 하루당 24만배럴 내린 1억20만배럴로 집계했다. 3분기와 4분기 공급 전망치는 각각 하루당 1억85만배럴, 1억82만배럴로 공급 과잉 상태가 될 것으로 IEA는 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가가 추가 급락한다고 쉽게 예단할 순 없다. 수요가 줄어도 공급 쪽에 충격을 주는 국제정치·지정학적 요인들이 남아있어서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원유 증산을 위해 중동 국가를 방문했으나 기대에 못 미치는 증산량이 발표됐다. 산유국협의체 OPEC+는 다음달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배럴로 결정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점진적 증산을 통한 석유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하는 OPEC+ 정책 기조가 유지되는 한 상방과 하방 경직성이 모두 강한 가운데 향후 12개월 배럴당 80~120달러를 등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유가의 잠재적 리스크로 섣부른 유가 상승·하락 베팅엔 주의가 필요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반 에너지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들이 에너지 가격 하향을 시사해주지만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의 하방 경직성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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