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담]관세 면제? 그래도 커피값은 오른다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2.08.06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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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짤담'은 식음료 등 산업계를 출입하면서 들은 '짤막한 후일담'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출근할 때 한잔 , 점심 먹고 나서 한 잔 , 오후 3시쯤 졸릴 때 한잔...이렇게 커피 세 잔 마시면 만 원은 훌쩍 넘죠."

직장인의 필수품이 된 커피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원두 관세를 인하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커피 값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가격을 한 차례 올린 프랜차이즈 카페도 추가로 가격을 올리는 곳을 검토 중인 곳이 많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스프레소와 이디야커피는 캡슐커피 등의 가격을 최근 5% 이상 올렸다. 일단 원두값이 올랐다. 커피 선물 가격은 지난해 1월 1파운당 120센트였지만 지난 2월 1파운드당 260.45센트까지 치솟은 후 200센트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생두 수입가는 ㎏당 7249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인상됐다. 여기에 물류, 배송, 포장 등 여러 직간접적인 비용이 다 뛰었다. 커피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생두 수입의 경우 부가가치세를 내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세하고 생두와 볶은 원두에 대한 관세까지 할당관세(관세율 0%)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높지 않다.

이는 대다수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가 원두를 직접 수입하지 않고 수입상으로부터 공급받기 때문이다. 부가세나 관세를 면세해준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직접 수입하는 스타벅스와 이디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벅스는 브라질, 베트남 등 30여개 국가 현지 농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커피 원두를 공급받지만 생두가 아닌 볶은 원두를 수입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면세에 해당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 원두 수입국인 미국, 콜롬비아, 베트남 등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관세 혜택을 보고 있다. 생두를 수입해 직접 볶는 이디야도 생두를 가공해 판매하면서 부가세를 이미 환급받고 있다.



업계는 정부의 면세 조치에 대해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엄포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정부가 면세까지 해주는데 기업이 가격을 올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결국 가격을 올리지 말라는 정부의 우회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커피 업계 관계자는 "아메리카노 한 잔에 원두값 보다 임대료, 인건비 등의 비중이 더 크다"며 "이번 달 원유 가격 인상까지 앞두고 있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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