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의 한 유명 관광지 주차장 충전소에 지난달 30일 오후 전기차 4대가 몰린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전기차는 과연 충전 우려를 불식시키고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여름 휴가철 성수기인 지난달 29~31일 전기차를 타고 도심을 떠났다. 전기차는 '도심형 세컨드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성수기 휴가철 충전소가 비교적 부족한 지방에서도 내연기관차량만큼 편하게 다닐 수 있을지 점검해보자는 취지였다.
BMW i4 x드라이브50. /사진=정한결 기자.
성수기 충전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다. 도로 위 전기차가 많지 않음에도 적절한 위치의 충전소를 제 때 찾기가 힘들다. '서울-원주-군위-서울' 2박3일 여행의 주행거리는 총 580.9㎞를 기록했다. i4의 주행거리를 웃도는 여정에서 충전은 2회만 해도 충분했지만, 정작 충전이 어려웠다.
배터리가 50%가 간당한 시점에서 찾은 그곳에는 파란색 번호판을 단 차량 3대가 대기 중이었다. 먼저 주차한 차량의 차주가 충전기를 꼽은 채 자리를 비우자, 다른 차량이 들어와 먼저 온 차량의 앞을 막아서고 충전기를 꼽았다. 도착 10분 전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 급속 충전이 가능한지 확인했음에도 그 사이 차들이 몰렸다.
낙동강구미휴게소 충전소에 지난달 31일 오후 전기차가 몰린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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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휴게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여행 3일차, 원주에서 약 160㎞를 이동한 군위에서 마땅한 충전소를 찾지 못해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첫 휴게소인 낙동강구미휴게소에 도착하자 충전소 2개에 전기차 4대가 대기 중이었다. 배터리 30%, 주행거리 150㎞만 남긴 시점에 마음을 졸이며 다음 휴게소인 문경으로 바퀴를 돌렸다.
문경휴게소에는 현대자동차가 운영하는 '이피트' 충전소가 자리잡아 충전기는 더 많았지만 기다리는 차량도 늘었다. 모든 충전기가 사용 중인 가운데 대기차량만 3대였다. 더이상 주행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20분 가까이를 기다린 뒤 충전을 할 수 있었다.
고유가 시대, 충전비는 싼데…
문경휴게소 이피트 충전소에 지난달 31일 오후 전기차가 몰린 모습. /사진=정한결 기자.
그러나 그 비용을 돈이 아닌 시간으로 샀다. 충전소를 찾아 돌아다니고, 도착해서 대기하는 시간과 충전 시간까지 포함하면 주유에 비해 훨씬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여행 동선에 충전소를 포함시키고, 충전 소요시간을 별도로 빼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일부 앱을 통해 충전소 예약도 가능하지만 교통체증 등 변수가 많은 휴가철에 매번 그러기도 쉽지 않다.
휴게소에서는 식사라도 하면서 기다릴 수 있지만 이마저도 충전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당초 급속충전(100kW)의 경우 충전 소요시간이 45분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충전속도가 40~60kW를 기록하면서 1시간으로 늘었다.
충전업체들은 초급속(350kW)·급속 충전기 여러 대를 설치해놓고 총량을 1000kW로 제한시킨다. 차량이 몇대 없을 때는 문제가 안되지만 차량이 늘어날 경우 각 대마다 실제 충전 속도를 낮춰 1000kW선을 맞춘다.
현행법에 따라 전기차 충전소 용량이 1000kW를 넘길 경우 설비 소유·점유자는 전기안전관리자를 직접 선임하고 상주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주들은 비용 부담에 이같은 편법을 쓰고 있다.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나 성수기처럼 폭등하는 시기에는 충전 속도가 더욱 늦춰지는 셈이다.
전기차 기술도 발전해야겠지만 결국 충전 인프라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정부는 올해 충전소 6만대를 추가 설치해 총 16만대로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단순히 충전기 수를 늘리기보다는 충전인프라와 전력수급, 안전기사 상주 문제 등 규제 완화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완성차업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