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사진=트위터 갈무리
사실 찰리 멍거의 생각을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곳은 매년 2월 미국 LA에서 개최되는 데일리 저널(DJCO) 주주총회다. 2022년 3월 회장직을 물러나기 전까지 멍거는 45년 동안 신문사이자 법원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데일리 저널 회장을 역임하며 데일리 저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관리해 왔다.
연 300%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면서 왜 책을 파나요?멍거의 트레이드 마크는 돌직구 같은 직설과 유머다. 2019년 데일리 저널 주총에서는 연 300%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트레이딩을 가르치는 사람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식으로 100억원을 벌었다면서 유료로 트레이딩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주식시장에서 100억원을 또 벌면 될 텐데, 왜 굳이 트레이딩을 가르치는지 의아해진다.
2022년 2월 데일리 저널 주총 후 질문에 답변 중인 찰리 멍거/사진=야후 파이낸스 유튜브 갈무리
▶멍거: 버핏과 나는 구루가 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전에는 우리가 주주들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주주들은 1년에 한 번만 오므로, 우리가 이 자리에 서서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주들은 특이한 질문도 했지만, 우리는 계속 답했습니다. 이렇게 수요가 있었으므로 우리는 계속 답했습니다. 그러므로 워런과 나는 우연히 가짜 구루가 되었습니다. 나는 평소 이렇게 오래 단상에 서는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자리가 불편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익숙해졌으며 여러분도 익숙해졌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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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데일리 저널 주총에서 멍거가 한 답변 중 가치투자, 인플레, 2030세대의 주식투자에 관한 부분을 정리한 내용이다. 짧지만 여기에는 멍거가 일관되게 말해온 생각이 포함돼 있다.
전통적인 가치평가 기법은 죽었나요? "가치투자는 절대 죽지 않는다"▶Q. 요즘은 차트, 기술적 분석, 모멘텀, AI가 시장을 지배하는 듯합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전통적인 가치평가 기법은 죽었나요?
▶멍거: 가치투자는 절대 죽지 않습니다.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으려는 투자가 바로 가치투자입니다. 누구든 성공하려면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얻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가치투자는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가 지불하는 대가로 얼마나 얻는지 모르는 사람이 수없이 많습니다. 이들은 시세 화면의 호가만 봅니다. 과거에 투기 광풍이 어떻게 끝났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남해회사 거품, 1920년대의 거품 등을 생각해 보십시오. 이런 투기 광풍은 자본주의가 시작될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방법▶Q. 현재 인플레이션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970년대와 비교해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멍거: 1970년대에 볼커가 기준 금리를 20%까지 인상하자 국채 금리는 15%까지 상승했고, 끔찍한 불황이 발생했습니다. 이 불황은 장기간 이어지면서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그러면 새로 발생하는 문제는 과거의 문제와 다를 것입니다. 사람들은 새로 발생하는 문제보다 차라리 볼커 방식의 불황이 낫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새 문제는 볼커가 부른 불황보다 더 심각하고 해결하기도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Q. 개인 투자자가 인플레이션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요?
▶멍거: 가장 덜 나쁜 대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은 자주 발생합니다. 우리 가족은 버크셔 주식, 코스트코 주식, 리 루를 통해서 중국 주식, 데일리 저널 주식, 그리고 아파트 다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완벽한 대비책일까요? 아닙니다. 괜찮은 해결책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멍거 가족이 주는 교훈은 과도한 분산투자가 필요 없다는 사실입니다. 훌륭한 자산은 네 종목만 보유해도 다행입니다. 초과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네 종목만 찾아내도 운이 좋은 것입니다. 20종목을 찾고자 한다면 정말 과도한 욕심입니다. 훌륭한 종목 20개를 찾아낼 만큼 지능이 높은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똑똑한 대학생에게 대박노린 성장주 투자 대신 배당투자를 권하고 싶은데…▶Q. 똑똑한 이웃집 대학생에게 성장주 투자로 대박을 노리는 대신 꾸준히 월급을 저축하면서 배당투자를 하라고 권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멍거: 누구에게나 잘 맞는 투자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가하기 어려운 분야에도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도 있고, 목표를 낮춰 신중하게 투자하는 편이 현명한 사람들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먼저 자신의 역량이나 조언자의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고려해서 투자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투자 환경이 어렵고 까다로우며 혼란스럽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이제 어른이 되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어렵습니다. 특히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투자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들은 부자가 되고 부를 유지하기가 내 세대보다 훨씬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은 투자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살아온 98년은 분산투자에 이상적인 기간이었습니다. 잘 분산된 주식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면서 애플, 알파벳 등 새로 상장되는 주식을 조금씩 추가하면 되는 기간이었습니다.
이렇게 매우 현명하게 투자했다면 아마 수익률이 연 10~11%였을 것이며, 인플레이션을 고려해도 8~9%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놀라운 수익률입니다. 세계 역사상 다른 어느 세대도 이런 수익률을 얻은 적이 없습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들은 장래에 이렇게 쉬운 투자 기회를 얻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투자하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데일리 주총 질의응답에서 멍거도 때로는 곤란한 질문을 받기도 한다. 2019년 한 참석자가 "두 사람이 그렇게 오래 동업을 했는데, 왜 워런 (버핏)이 당신보다 훨씬 부자인가요?"라고 돌직구 질문을 던지자,
멍거는 특유의 유머가 묻어나는 대답을 던졌다.
"워런이 투자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십중팔구 그가 나보다 조금 더 똑똑합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요.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왜 나보다 가난했을까요?" (웃음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