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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銀, 금융권 첫 임금피크 무효 소송…법원 판단 쟁점 두가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2.08.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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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지난 6월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지난 6월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임금피크제 지침 폐기 및 노정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KB국민은행 노조가 4일 서울중앙지법에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난 5월 대법원 판결 이후 제기된 줄소송 전망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는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비교적 임금피크제 적용 비율이 높은 국책은행으로 관련 소송이 확대될지에 촉각을 세운 분위기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8년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임금피크 직원을 직무 배치할 때 '관리 또는 관리담당' 등의 후선업무에 국한하기로 합의했는데도 만 56세가 된 직원이 같은 업무를 해도 사측이 임금을 40% 삭감하고 매년 5%씩 추가 삭감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1인당 적게는 7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6000만원의 임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국민은행 사측은 "아직 소장을 송달받지 못한 상황으로 추후 원고들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뒤 소송절차 내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과 지난 6월 내려진 KT 임금피크제 관련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참조하면 쟁점은 크게 '정년 연장 여부'와 '업무량 조절 여부'라는 두가지로 요약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옛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임금피크제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을 당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합리적인 사유'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정년을 연장한 것도 아니고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의 업무량을 줄이지도 않았는데 실적이 나쁘지도 않은 55세 이상 직원의 임금을 왜 깎았냐"를 묻는 대목이 나온다.

나이를 기준으로 무조건 임금을 깎는 것은 안 된다는 임금피크제의 효력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대법원은 다만 정년 연장과 업무량 조절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하나라도 합리적 타당성에 맞는지를 따져 효력을 판단하겠다는 셈이다.

대법원 판결 한달 뒤 KT 전·현직 직원 등 1300여명이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임금을 돌려달라며 제기했던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이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고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전자부품연구원 사안의 경우 정년 연장 없이 55세부터 임금을 삭감한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였던 반면, KT의 임금피크제는 58세였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6~59세의 4년 동안 순차적으로 임금을 삭각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였다.

법원은 KT 판결을 통해 '합리적인 사유'의 요건을 좀더 명확히 한 셈이다.

대법원이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반대로 정년을 늘리지 않더라도 업무량을 줄일 경우 임금피크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이런 방식의 임금체계를 1990년대 후반부터 도입했고 현재는 거의 모든 기업이 시행 중이다. 부장직을 수행하다 나이가 들어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지면 차장이나 과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이에 맞춰 임금을 조절하는 식이다.

다만 이런 요건을 맞추더라도 어느 정도의 임금 삭감이 적당한지는 별도로 다퉈야 할 부분이다. 서울중앙지법이 합리적인 임금피크제로 판단한 KT 사례의 경우 임금피크 기간 4년 동안 순차적으로 '56세(90%)-57세(80%)-58세(70%)-59세(60%)'로 임금을 삭감해 4년간 연 임금총액의 도합 100% 정도 삭감하는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단순계산하면 원래대로 58세에 정년 퇴직할 경우보다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받을 수 있는 임금총액이 연 임금액의 200%에서 300%로 늘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별 상황에 따라 삭각 정도는 다를 수 있을 것"이라며 "업무량 조절이나 정년 연장 기간, 비용 절감 이후 신규 고용 확대 등을 두고 삭감 정도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노사가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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