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짤했던 부동산PF, 시장 냉각기 접어들자 '시한폭탄' 전락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08.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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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금융감독원/사진제공=금융감독원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자 증권사도 좌불안석이다. 최근 몇년간 지속된 부동산 경기 활황기에 자본력이 풍부했던 증권사들은 부동산금융 IB(기업금융) 수익 비중을 키워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미분양 등 부동산 시장이 위축됐고 이에 따라 증권사의 부동산금융 부실 위험도 높아졌다.

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은 5957억원으로 전년동기(4971억원)대비 19.8% 늘었다.



증권사는 보증의 대가로 채무보증 수수료를 받는데 이 가운데 부동산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형사의 채무보증 가운데 부동산 비중은 71.8%, 중소형사는 88.8%에 달한다.

지난 몇년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 활황기에 증권사들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금리 상승, 공급 주도 인플레이션 등으로 신규 딜이 끊어지고 연체율은 늘어나면서 부동산PF가 증권사들의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단 진단이 잇따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사 부동산금융 익스포져(위험노출)는 61조9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9조6000억원(20.6%)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부동산시장 위축시 채무이행 부담 증가로 증권사의 건전성, 유동성이 저하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특히 해외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손실 발생 가능성도 높다.
/사진제공=한국신용평가/사진제공=한국신용평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은 위험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비중이 높은 증권사(올해 3월말 기준)로는 메리츠증권이 125%로 가장 높다. 이외 현대차증권(110%), 다올투자증권(100%), 하이투자증권(94%), 유진투자증권(85%) 등이다.


중소형사(자본 3조원 미만)일수록 부동산 하락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 대형사(자본 3조원 이상)의 경우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30%로 작지만 자기자본 1조~3조원 미만 중형사는 63%, 1조원 이하 소형사는 72%로 높다.

또 중소형사의 경우 본 PF 이전에 부동산 개발 사업을 위해 투입하는 브릿지론 노출 위험도도 크다. 브릿지론 절대적 규모는 대형사가 크지만 자본대비 투자규모를 봤을때 대형사는 10%, 중형사 18%, 소형사 19%다.



실제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률에 따른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부동산 담보가치가 10% 하락했을 때 대형사는 자본대비 예상손실률이 1%로 미미하지만 중소형사는 6%로 높은 편이다.

이재우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대형사는 대체로 브릿지론과 본 PF 관련 리스크가 제한적인 반면 일부 중소형사는 고위험 부동산 익스포져가 커 부동산 경기 하락시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형사-중소형사가 차별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최근 2년간 자본 대비 채무보증 양적 부담은 대형사는 축소되고 중소형사는 확대됐기 때문에 자본이 풍부한 대형사보다 중소형사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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