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외환보유고 규모를 고려하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과연 필수적인지, 원달러 환율을 낮추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 자체가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10억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라 하더라도 현금이 없으면 1억 정도의 급전이 필요할 경우 주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놓으면 굳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가 직면하는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적정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현금성 외환보유액 비중은 높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외환유동성이 부족해질 경우 마이너스 통장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요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측이 통화스와프를 체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학적 논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만일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꾸준히 늘려나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균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어 우리 수출품의 달러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고 미국 수입품의 원화 가격 경쟁력은 낮아지게 되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확대된다"는 논리를 개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 증대 유인을 없애주고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를 줄인다는 점에서 '윈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논평을 통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보다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은행 지점장 앞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달라고 조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점장이 대출 방침을 변경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것도 아니다. 충분한 자산과 높은 신용도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는 것이 지점의 경영성과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