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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화스와프에 대한 단상[MT시평]

머니투데이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2.08.05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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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안재빈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국들에서 자본유출과 통화가치 하락을 유발하면서 국내 인플레이션은 물론 외환시장 변동성마저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으로서도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충분치 않은 형국이다. 최근 그 기세가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외환보유고는 연초 대비 245억달러 가량 급감해 왔고 원달러 환율은 10% 상승한 131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전문가들의 논평을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게 된다. 지난달 당정 협의회를 통해 여당은 정부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공식적으로 주문하기도 하였다. 외환시장 안정성을 염려하는 그들의 우국충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되는 바가 크다.

현재 외환보유고 규모를 고려하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과연 필수적인지, 원달러 환율을 낮추는 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등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만, 한미 통화스와프 자체가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10억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라 하더라도 현금이 없으면 1억 정도의 급전이 필요할 경우 주택을 처분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놓으면 굳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가 직면하는 외환시장도 마찬가지로 이해될 수 있다. 적정 규모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현금성 외환보유액 비중은 높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외환유동성이 부족해질 경우 마이너스 통장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한미 통화스와프는 요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렇게 자명한 사실을 정책당국에서 모르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게다가 '국산품 애용'과 달리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해 일반 국민이 실천해서 공헌하는 방법도 없다. 결국 그 대상이 정부가 되었든 일반 국민이 되었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당위성을 설파하는 것이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논평은 미국 정부 측에 유용한 정보로 스크랩되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그리고 미국 정책당국이 우리 정부의 절박함을 간파하게 될수록 우리의 협상력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우국충정이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측이 통화스와프를 체결 결정을 내릴 때까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경제학적 논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만일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적정 수준 이상으로 꾸준히 늘려나갈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은 균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어 우리 수출품의 달러 가격 경쟁력은 높아지고 미국 수입품의 원화 가격 경쟁력은 낮아지게 되어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확대된다"는 논리를 개진해 볼 수 있다. 우리의 외환보유고 증대 유인을 없애주고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를 줄인다는 점에서 '윈윈'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논평을 통해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보다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출을 늘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은행 지점장 앞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 달라고 조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지점장이 대출 방침을 변경하기를 하염없이 기다릴 것도 아니다. 충분한 자산과 높은 신용도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주는 것이 지점의 경영성과에 도움이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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