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랙 쿨리뷰] 민희진의 이름값, 뉴진스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2.08.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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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사진제공=어도어뉴진스, 사진제공=어도어


국내 아이돌이 데뷔하고 첫 신고식을 치르는 곳은 보통 두 개로 나뉜다. 음악방송 또는 쇼케이스다. 팬과 언론에 먼저 자신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포석을 마련하는 식이다. 그런데 그룹 뉴진스(NewJeans)의 시작은 어딘가 독특하다. 지난 1일 데뷔 앨범 'New Jeans(뉴 진스)'를 발표했지만 음악방송도, 쇼케이스 무대도 없었다. 대신 온라인으로 무려 8편의 뮤직비디오를 선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식 데뷔하고 처음 모습을 드러낸 장소가 명품 브랜드 행사장이라는 점도 독특하다고 여길 지점이다.

그럼에도 뉴진스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앨범 선주문량은 50만장에 가까웠고, 타이틀곡 중 하나인 'Attention(어텐션)'은 국내 음원사이트 멜론, 지니, 벅스 등의 실시간 상위 차트에 올랐다. 세계 최대 음원사이트 스포티파이에서도 누적 재생 수 206만 회, 누적 청취자 수 22만 6,000명, 누적 팔로워 수 8만 8,000명을 달성했다. 3개 부문 모두 올해 데뷔한 케이팝 걸그룹 성적으로는 최고 기록이다. 수치로만 보면 뉴진스는 단연 '올해의 신인왕'으로 봐도 무방할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뉴진스는 민희진이 이끄는 어도어(ADOR)의 신인 걸그룹이다. 민희진이 SM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둥지를 옮겨 처음으로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이들인 셈이다. 민희진은 SM엔터테인먼트를 다니던 시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아트 디렉트 총괄 이사를 역임했다. 에프엑스와 레드벨벳을 2010년대 젊은 여성들이 동경하는 이미지로 만들어낸 공신이다. 에프엑스로 특이한 패션과 콘셉트 포토, 뮤직비디오 등을 시도해 독특한 여성관을 심고, 레드벨벳으로 변화한 한국 여성들의 가치관을 투영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가 빚어낸 걸그룹은 '예쁘면 그만'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주체적인 여성관을 걸그룹에 심어넣는 것이었다.

뉴진스, 사진제공=어도어뉴진스, 사진제공=어도어


그런 민희진이 진두지휘해 만든 뉴진스는 당연히 같은 서사를 따른다. 이에 더해 대중에 무심해 보이기도 하는 프로모션은 더한 당당함을 수반한다. 잘 보이기 위한 행사 관례를 허물고, 노래에만 집중한다. 'Attention', 'Hype Boy(하이프 보이)', 'Cookie(쿠키)', 'Hurt(허트)' 4곡을 수록한 데뷔 앨범에 타이틀곡을 3곡이나 설정하고, 뮤직비디오를 8편이나 작업한 것만 봐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데뷔 앨범의 끝곡 'Hurt'의' "난 재미없어 게임 같은 건 다 필요 없어 / 아무리 좋아도 널 no / 말로만은 지겨운걸, 먼저 와서 보여줘"라는 가사는 이 그룹의 현재다. 나도 널(대중) 좋아하지만, 너도 날 원하면 먼저 다가오라는 제스처. 관심을 구걸하지 않는 분방함으로, 관계의 주도권을 쥐려는 셈이다.

노래는 언더신의 그것과 더 닮아있다. 창법도 알앤비 여성 아티스트인 비비, 미노이, 쏠 등의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방식을 따른다. 어찌보면 앨범 활동 방식도 언더신의 모습과 비슷하다. 영상에 주력해 온라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식 말이다. 뮤직비디오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CG나 화려한 세트 등 아이돌 뮤직비디오에서 많이 쓰이는 웅장함을 덜어내고, 힙한 분위기에 주력해 인물에 집중한다. 다소 신비주의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Z세대의 '나'로 원형된 구속에서 벗어난 당당함을 수반한다.

요즘의 트렌드와 레트로를 은근하게 버무린 잡지 속 비주얼은 이전보다 확실히 나아간 지점의 차별화가 있고, 다른 것들은 그에 발맞춰 아이돌 시장에서 시도되지 않은 이색적인 요소들로 배치됐다. 물론 노래, 퍼포먼스 실력 등 아이돌 그룹에 필요한 뼈대는 유지했다. 덕분에 팀의 유니크함은 살리고, 예상 내의 좋은 반응도 얻어낼 수 있었다. 이 거꾸로 걸린 그림 같은 이색적인 출발점 이후, 이들은 다음에 무엇을 시도해야 이 관심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의 집약으로 예민하게 완성한 그룹인 만큼, 벌써 다음 결과물이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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