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임금피크제로 깎인 임금을 지급하라며 사측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장 제기에 앞서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모습./사진제공=국민은행 노조
국민은행 노동조합은 4일 서울서부지법에 소장을 냈다. 노조는 "회사가 잘못된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면서 부당하게 임금을 깎았다"며 "임금피크제로 삭감됐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 5월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고령자고용법이 정한 '강행규정'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적용되는 규정을 뜻한다.
노조는 "노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임금피크 직원의 직무를 '관리 또는 관리담당 등' 후선업무에 국한하기로 했으나 회사가 합의를 위반하고 적지 않은 직원에게 현업 업무를 그대로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 노사는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임금피크 전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만 56세가 되면 임금 40%가 삭감되고 이후 매년 5%씩 삭감분이 추가돼 만 58세부터는 50%가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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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강 노조위원장은 "하는 일이 같은데 나이를 이유로 임금만 깎는 건 불법이라는 게 대법원 판결의 요지"라며 "이는 근본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이 다시 한 번 상식적인 판결을 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은행 사측은 "추후 소장을 송달받는 대로 원고들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검토한 뒤 소송절차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국민은행의 소송은 다른 은행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이 많은 국책은행에서 추가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은행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이 되는 직원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2.3%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큰 편이다. 신한은행은 0.1% 수준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 산업은행에선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이 비중이 각각 7.1%, 8.9%로 시중은행보다 눈에 띄게 크다.
또 대법원 판결은 하급심 법원에 계류 중인 국민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임금피크제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소송과 별개로 은행 노사는 임금피크제 연령을 높이거나 급여 감소폭을 줄이는 식으로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 이미 국책은행에선 임금피크제 대상을 기존 만 56세에서 만 57세 이상으로 1년 늦췄거나 늦추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