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우려와 달리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단수도 단수이지만 낸드 기술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쌓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글로벌 낸드 시장의 메인 제품이 128단 제품인 데다 176단 비중이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200단 이상 낸드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적층 경쟁이 다시 고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7일 마이크론이 232단 낸드 양산 소식을 알렸고, 지난 3일 SK하이닉스가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22'에서 238단 신제품을 선보였다. 불과 일주일 만에 업계 최고층이 뒤바뀐 것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층 낸드 양산이 언제든 가능한 상황에서 생산효율과 원가 경쟁력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쌓는 것에서 나아가 데이터 전송을 효율화하고 셀 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며 "고객사와의 일정 조율 속에서 계획대로 양산 계획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72단 제품부터 더블 스택을 적용한 것과 다르게, 128단 제품까지 싱글 스택을 적용했다. 이는 단순하게 말하면 삼성전자가 256단 제품을 더블 스택으로 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스택은 가장 아래에 있는 셀과 맨 위층에 있는 셀을 하나의 묶음(구멍 1개)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셀을 묶는 구멍을 적게 뚫을 수록 데이터 손실이 적고 전송 속도가 빠르다. 생산공정이 간단해 비용도 덜 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큰손 고객이 있는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서는 아직 수요가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지 않다"면서 "고용량 제품 수요가 높은 서버 시장의 경우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성능뿐 아니라 투자 규모와 운영비 등을 고려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내년 상반기 238단 낸드를 PC 업체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반면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대해선 구체적 납품 시점을 밝히지 않은 배경"이라 덧붙였다.
다만 삼성전자와 후발업체와의 기술 간극이 좁혀졌다는 사실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다. 공정 난이도 상승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이해되지만,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가 200단 이상 낸드에 더블 스택 기술을 적용한 것은 의미가 적잖다는 평이다. 업계 한 인사는 "그간 업계에서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한번에 100단 이상을 쌓을 수 있는 싱글 스택을 갖춘 것으로 이해돼 왔지만,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역시 100단 이상의 싱글 스택 기술을 확보한 것"이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