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9월 출시된 실손의료보험은 현재 단체보험까지 포함해 40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손보험 덕분에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에도 부담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일부 의료기관과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가 실손보험 위기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특히 실손보험금을 타기 위한 백내장 수술은 최근 도를 넘어섰다. 올해 백내장수술이 가장 많았던 지난 3월 서울의 한 안과병원에선 의사 한 명이 총 954건의 백내장 수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고 부산에선 의사 2명이 총 1688건을 집도했다. 가능한 일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2009월 9월 표준화 실손보험이 나오기 전까지인 1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없다. 과잉진료를 유도할 것이란 비판은 치열한 경쟁 속에 묻혔다. 손해보험사의 전유물이었던 실손보험을 생명보험사가 팔게 된 것도 원죄 중 하나다. 2003년 보험업법이 26년만에 개정됐는데 생보사의 실손보험 판매 허용이 담겼다. 반대 여론이 있었지만 생보사가 강력하게 요구했고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었다.
노무현 정부는 실손보험이 과잉진료를 유발하고 있다며 100% 보장에 제동을 걸었으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도 같은 이유로 100% 보장이라는 설계를 손보려고 했다. 당시 정부는 자기부담률을 20%로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10%로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보험사가 강력하게 반대해서다. 당시에도 손해율이 높았지만 보험사들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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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가 길어지면서 영업현장에선 '앞으로 100% 보장 상품이 나오지 않는다'며 1세대 실손보험 가입을 부추겼다. 그 결과, 실손보험 중 손해율이 가장 높은 1세대 실손보험 비율은 22.1%(3월 기준)에 이른다.
2009년 자기부담률 10%의 표준화(2세대) 실손보험이 나왔음에도 과잉진료는 사라지지 않았고 2017년 4월 '착한 실손'이라는 이름으로 3세대 실손보험이 나왔다. 3세대 실손보험은 1세대와 2세대 만큼 손해율이 높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수치료와 백내장 등 비급여 과잉진료를 해결하지 못하고 손해율이 100%를 넘었다.
결국 지난해 7월 4세대 실손보험이 나왔다. 보험료는 착한 실손보다 더 저렴하다. 무엇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금을 많이 받는 사람이 보험료를 더 내도록 해 실손보험 가입자간 형평성을 해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