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신약개발, 속도보다 정확도…상업화 위한 맞춤형·차별화 필요"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8.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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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AI 신약개발 전문가들,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서 현 주소 진단
2024년 시장 규모 1조6000억원 전망…연 평균 40% 성장
방대한 정보 신속·정확한 분석이 강점…전 세계적 성과 가시화는 아직
"후보물질 발굴 걸음마 벗어나 상업화…차별화 중요"

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 AI 신약개발 기술세션 참가자들이 발표을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맹철영 SK바이오팜 신약개발부문장, 우상욱 팜캐드 대표이사,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이사, 박성수 디어젠  부사장.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 AI 신약개발 기술세션 참가자들이 발표을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맹철영 SK바이오팜 신약개발부문장, 우상욱 팜캐드 대표이사,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이사, 박성수 디어젠 부사장.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대한 시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현장 목소리가 제기됐다. AI 신약개발의 강점으로 꼽히는 속도에 지나치게 집중하기보다 정확도와 상업화 가능성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3일 맹철영 SK바이오팜 (82,700원 ▼1,700 -2.01%) 신약개발부문장(부사장)은 "5년 전만 해도 일주일이면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완료된다는 식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분명히 있다"며 "이제는 시간보다는 퀄리티(질) 쪽으로 생각을 돌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약물 개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맹 부사장의 발언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의 기술세션에서 나왔다. 'AI를 이용한 신약개발 어디까지 왔니?'라는 주제로 AI 신약개발의 현 주소를 확인하고, 기업들의 현실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세션에는 우상욱 팜캐드 대표이사와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이사, 박성수 디어젠 부사장 등이 발표자로 참석해 각사 기술현황 등을 공유했다. 스탠다임과 디어젠은 2020년 영국 제약·바이오 전문투자 리서치기업 딥파마인텔리전스(DPI)가 선정한 33개 AI 신약 발굴 분야 선두기업에 이름을 올린 국내 대표 회사다. 맹 부사장은 좌장으로 참석했다.



AI를 활용한 연구개발은 모든 산업군 전반에 걸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1개의 신약을 배출하기 위해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선 성과 도출 시기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약개발은 초기 후보물질 발굴부터 상업화까지 각 단계마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분석하며 진행된다. 이 때문에 각 단계별 정보 분석 속도를 단축하는 게 개발을 앞당기는 중요한 열쇠다.

AI를 활용한 정보 분석은 보다 빠르고 정확한 결과 도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 가치를 알아 본 전세계 바이오 기업이 AI 신약개발에 집중하면서 2024년 14억34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연평균 성장률은 40.8% 달한다. 전세계적으로 AI신약 개발에 뛰어든 기업도 500곳이 넘는다.

AI 신약 개발에 쏠린 기대감에도 불구, 현재까지 직접적으로 도출된 성과는 없다. 2018~2019년 전세계적으로 100개에 달하는 후보물질이 도출됐지만, 임상이 본격화 된 물질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직 임상 2상을 넘어선 물질이 없을 만큼 추가 검증이 필요한 영역이다.


당초 기대에 비해 더딘 성과 배경은 서로 다른 업종 간 상이한 언어와 이해관계에 따른 시행착오다. 화학과 생물학을 기반으로 성장한 제약·바이오 업계와 AI 기술에 특화된 기업 간 사업모델의 합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분명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AI 플랫폼 특화 기업들이 단순 물질발굴 단계에서 벗어나 제약·바이오 기업 수요에 맞는 사업모델을 제시하기 시작하면서다. 자연스럽게 무게 중심 역시 속도는 물론, 정확도와 상업화 적합성으로 쏠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탠다임이 창업 초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최근 최적의 AI 플랫폼과 이에 부합하는 성분 디자인 플랫폼을 별도로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이 사례다. 박성수 디어젠 부사장은 "회사의 인력 구성 역시 AI 전문인력과 바이오 전문인력이 균형을 맞춰 AI를 기반으로 한 신약 개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전세계적으로 주도권을 잡은 기업이나 국가가 없는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국내 업계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다만 혁신기술이 적용된 분야인 만큼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맹철영 부사장은 "해외 기업이 국내보다 규모 측면에선 클 수밖에 없고, 여기서 오는 결과나 속도에 대한 차이는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며 "하지만 기술력 측면에서 국내가 해외에 비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윤소정 스탠다임 대표는 "기업 입장에선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데이터가 매우 중요한데 의료기관에서 시행되는 임상 데이터 등을 보면 공동임상 연구가 아닌 이상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물론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최근 해외에서 이런 데이터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 만큼 신약은 공공재라는 측면에서 보다 유연한 접근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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